선거현수막 농가에는 효자

고라니 산돼지 침입방지와 잡초제거에 재활용… 농가에서 인기폭발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지역 일꾼을 알리기 위해 내걸렸던 선거 현수막.

선거열기와 함께 도시 곳곳에 우후죽순 설치되지만 선거가 끝나면 바로바로 처리가 되지않아 도시미관을 해친다. 더욱이 재활용도 되지 않아 대부분 지자체들은 선거현수막을 일반폐기물로 처리해 소각하거나 땅에 매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등록된 후보자는 총 910명에 이른다. 한 후보당 현수막을 어림잡아 50개씩만 사용한다 쳐도 길거리엔 4만5천개의 현수막 쓰레기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송파구(구청장 박춘희)가 선거 후 도시의 애물단지가 돼 버린 현수막을 지혜롭게 재활용해 화제다.주택관리과 광고물정비팀은 지난 달부터 '녹색나눔을 위한 수거현수막 재활용 지원 사업'을 운영중이다.

이 사업은 수거한 불법현수막을 농가에 보내 인력낭비를 막고, 폐기비용을 아끼는 아이디어 사업이다.

현수막은 농가에서 다용도로 활용된다.

우선 야산에서 밭농사를 짓는 농가의 경우 고라니나 멧돼지 같은 짐승 피해가 많은데 밭 둘레에 현수막을 둘러치면 울타리 역할을 해 이들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

경북 구미에서 감자 농사를 짓고 있는 김동훈 씨는 “농장이 임야에 있는 과수원이어서 산짐승 피해가 많았지만 송파구로부터 현수막을 받아 설치한 뒤 피해가 크게 줄었다”고 감사를 전하며 현수막을 추가로 요청했다.

또 현수막을 밭 위에 덮어놓으면, 현수막 자체의 무게 때문에 잡초가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경기도 광주에서 들깨 농사를 짓고 있는 이재훈 씨는 “아는 분이 구청에서 현수막을 얻어서 땅에 깔면 제초에 좋다기에 신청했다”며 “설치해보니 병충해 방지효과가 매우 좋아 벌써 세 번이나 지원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날씨가 추워졌을 때 작물 위에 덮어놓으면 보온효과도 거둘 수 있다.

더불어 현수막을 팽팽히 만드는 지주목도 농가에 지원하는데 이 역시 다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구청에 현수막 지원을 신청한 농민은 현재까지 30여명 이상으로 한 번에 보통 100~200매의 현수막을 받아간다.

송파구에서 하루 평균 수거되는 불법 현수막은 30매, 주말에는 100매 이상이 이른다. 이 수치는 사업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되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재활용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는 농사가 일회성 행사가 아니므로, 현수막을 받아간 농민들이 구청의 지속적인 현수막 이용 고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이용자 대부분이 그 효과에 만족해하고 있어 입소문을 타고 수거 현수막을 이용하는 농민들이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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