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늙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 중에서

늙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 비가 온다/어머니의 늙은 젖꼭지를 만지며 바람이 분다/비는 하루 종일 그쳤다가 절벽 위에 희디흰 뿌리를 내리고/바람은 평생 동안 불다가 드디어 풀잎 위에 고요히 절벽을 내려놓는다/나는 배고픈 달팽이처럼 느리게 어머니 젖가슴 위로 기어올라가 운다(……)

■ ♥는 젖가슴의 모양입니다. 당신이 어느 날 문자메시지로 보낸 말없는 하트 마크는 가슴을 아리게 하였습니다. 숯덩이 마음같이 까매진, 어둠같이 내려앉은, 저 가슴 그림 하나. 문득 이병기의 시조 '젖'의 귀절이 생각났습니다. 임종 때 어머니가 괴로움을 차마 말도 못하고 매었던 옷고름 풀고 가슴 내어 뵈는 그 장면 말입니다. 사랑과 묶은 나의 수천 은유와 사랑을 꾸민 나의 수만 형용사와 사랑과 함께 몸부림친 나의 동사는, 말 못할 ♥를 넘지 못할 것입니다. 순정의 가슴은 벌떡이는 심장 째로 내게로 건너와 내 가슴을 쿵쿵거리게 합니다. 평생 갈구하는 육체적 연모(戀慕)는 저 늙은 젖가슴으로 돌아가고 싶은, 눈 먼 욕구 아니겠습니까.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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