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모 양돈협회장 "삼겹살 수입은 양돈농가 죽이는 일"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양돈 농가를 모두 죽이는 정책이다.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병모 양돈협회 회장(사진)이 30일 아시아경제와 전화통화를 통해 격앙된 목소리로 양돈농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 정부가 2ㆍ4분기에 삼겹살 7만t을 무관세로 수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나타난 어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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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구제역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2년전 돼지고기 가격이 kg당 1만6000원 이었는데 지금도 돼지고기 가격은 1만6000원으로 변함이 없는 상황"이라며 "그 사이에 사료값은 40% 이상 뛰었고, 유류비는 30% 가까이 올라 양돈농가의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모돈의 가격도 2년전과 비교해 50% 올라 전체적으로 생산비가 42%이상 뛰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소비자 물가만을 주장하며 삼겹살 추가 수입을 검토하고 있어 양돈농가가 '뿔났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2년전 구제역으로 인해 양돈인들의 3분의 1이 돼지를 매몰처분하고, 소득없이 지냈는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며 "지금 정부가 또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며 한숨지었다.

이어 "정부가 2ㆍ4분기에 무관세로 수입하려고 하는 삼겹살 7만t은 국내 농가가 6개월동안 생산하려는 양과 맞먹는다"며 "국민들이 양돈 농가의 현실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양돈 농가 입장에서는 걱정거리다. 이 회장은 "FTA가 발효되면서 돼지고기 관세는 25%에서 16%로 떨어진다"며 "FTA 상황 만해도 양돈농가는 힘든 상황인데 무관세 수입은 말도 안된다"고 걱정했다.

이 회장은 또 "올 하반기에는 돼지고기 출하 물량이 늘어나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를 기획재정부와 농수산식품부에 전달했지만 정부에서는 반응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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