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층에 불나면?.. ‘족집게 진화기술’ 개발

초고층 화재 맞춤형 예방법.. GS건설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 적용키로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2010년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초고층 빌딩에서 발생한 사고는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사람이 거주하지 않아야 하는 피트층에서 전기를 사용하고 가연물을 비치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특히 불길은 가연성 외벽 자재로 옮겨붙어 수직기류를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비상방송과 화재경보가 제때 작동하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웠다. 대형 인명피해로 연결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결국 전반적인 관리부실과 건물의 불법 용도변경으로 관리소장 및 건설사 대표 등 12명이 무더기로 사법처리됐다. 초고층으로 분류되는 50층 이상 건축물이 전국에 62개동이나 들어서 있음을 상기하면 초고층 화재안전은 시급한 과제다. 앞으로는 서울 상암동과 잠실, 용산, 인천 송도 등지에서 100층을 넘나드는 초고층빌딩이 우후죽순 들어설 예정이다. 빌딩의 화재의 경우 순식간에 발생하고 확산된다는 점에서 대비책은 꾸준히 논의되고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초고층빌딩 시대를 맞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해운대 사건이 발생한 이후 소방 당국은 초고층 건물 화재예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올 초에는 부산 해운대에 초고층건물 화재 전담 119안전센터를 구성하기로 했고 70m급 굴절사다리차와 고성능 펌프차를 들여오기로 했다. 지난 9일부터는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전면 시행됐다. 이로써 건축물을 신축하고자 하는 건축주는 계획단계부터 종합방재실 및 피난안전구역의 설치 등을 반영해야 한다. 정부는 사전 재난영향성검토 협의제도를 통해 반드시 이 계획을 반영하도록 했다.

건축물 시공을 직접 수행해야 하는 건설사들은 초고층빌딩의 화재안전기술 개발을 통해 시공능력을 제고하고 있다. 자체 건축물 등에 신기술을 적용하며 화재 예방에 나서기도 한다. 화재 등 유사시를 대비한 동별 피난안전층을 마련하는가 하면 열화상감지설비 등 최첨단 화재감지 설비에도 힘쓰고 있다.GS건설이 최근 개발한 '화재 위험성 평가 기술'이 대표적이다.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 기술은 화재 발생빈도와 영향도를 수치화했다.

특히 기존 초고층 빌딩 방재설계의 경우 소방방재청이 고시한 화재시나리오 중 몇가지를 선택해 대응책을 마련한 것과는 달리 유력한 3가지 시나리오를 선별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화재보험협회와 특수건물 화재조사분석 자료를 통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 3개는 ▲건물용도나 사용자 중심의 일반적인 화재 ▲많은 거주자가 있는 인접한 장소 중 소방시설의 작동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곳에서 확산되는 화재 ▲화재하중이 가장 큰 장소에서 발생한 화재 등이다.

또 거주자들의 나이와 성별을 감안해 화재안전시설을 설치하고 피난하는 데 필요한 시간에 영향을 주는 계단이나 실내공간배치 등의 요인을 고려해 설계토록 했다. 기계적으로 법적 규정에 맞는 숫자의 화재 방재시설이나 피난시설을 설치하는 것과 달리 피난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GS건설은 이를 불확실성을 제거한 신뢰도 높은 통계적 처리모델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방서와 소방관 등이 현장에 투입돼 소방활동을 시작하는 시점까지 견딜 수 있도록 피난 및 설비시설을 설치하도록 했다. 인명피해로 인한 직ㆍ간접 비용, 화재에 의한 물적 피해, 발재설비나 구조개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까지 비교 분석했다. GS건설은 이를 사회적 위험도 판별모델이라고 이름붙였다.

GS건설은 이 건물 화재 시나리오 기술을 2016년 완공 예정인 38층 규모의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 타워'에 적용 중이다. 맞춤형 화재 예방 설계가 도입되는 셈이다.

서정우 GS건설 기술본부장은 "초고층 복합건물의 특성에 부합되는 화재시나리오를 적용하고 이를 평가함으로써 전량 해외에 의존했던 화재안전설계 비용을 절감하고 인명피해 20%, 재산피해 30% 수준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초고층 방재 분야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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