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사교육의 끝은 어디인가

어딜 가나 오디션 열풍이다. 공중파, 케이블, 종편까지 오디션 프로그램 하나 없는 데가 없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뭐 이렇게 많나 싶다가도 그 열정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열풍이 낳은 대한민국의 특이한 현상이 있다.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반 특별모집'. 얼마 전부터 필자 동네 큰 길가에 나붙은 음악학원 현수막 내용이다. 드디어 오디션 전문 사교육이 등장한 것이다.우리나라의 사교육 열풍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사교육 시장 규모가 30조원이 넘는다. 이뿐인가. 생후 6개월 아기부터 자기계발을 위한 성인도 사교육의 대상이다. 이러니 요람부터 무덤까지 각종 과외와 학원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유명한 영어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한 5살 입시반이 있다. 사교육을 위한 사교육인 셈이다. 줄넘기 학원은 물론 블록 쌓기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원도 있다. 논리력 향상을 위해 논술시험 제도를 만들었더니 논술 족집게 과외가 생기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정작 과외를 받지 않고는 아무것도 못 하는 세대가 되었다.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줄넘기 하나 못 하고, 장난감 갖고 노는 방법도 모르는 우리 아이들. 어른도 마찬가지다. 좋은 부모 되는 방법도, 이성에게 호감을 사는 방법도 학원에서 가르쳐 주는 요즘이다. 이제는 죽는 방법도 학원 과외를 받아야 할지 모른다(아, 이미 행복하게 죽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은 나왔다).

왜 이렇게 됐을까. 사교육을 받는 이유는 남보다 좀 더 잘하고 싶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똑같이 배우는 것보다 좀 더 빨리 진도를 나가고 좀 더 좋은 결과를 바라기 때문이다. 실수와 시행착오를 피해 완벽하게 검증된 탄탄한 지름길로 빨리 가고 싶은 욕구의 산물이 사교육이다. 그렇게 모두가 사교육의 욕망에 빠져드니 역기능도 만만찮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루에 학원을 4~5개씩 순례하는 아이들의 고단함은 그렇다 치자. 빈부 격차가 사교육의 차이로 귀결되고 그것이 다시 사회계층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너무 큰 얘기이니 차치하자. 주부들이 사교육비를 위해 파출부를 나가고 아빠들은 기러기 신세가 된다. 이제는 뒤처지지 않으려면 또 사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굴레에 갇혀 버렸다. 누군가가 이 고리를 끊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이 고리는 어떻게 끊어야 할까. 정부에서 주장하듯 공교육이 살면 끊어질까.

사교육의 대표 격인 한 인터넷강의 업체의 사장은 단언한다. 사교육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교육열이 남다른 우리나라에서는 더 그렇단다. 그래서 그는 주장한다. 사교육을 없앤다는 비현실적 얘기를 할 것이 아니라 사교육의 순기능을 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변화관리 방법론 중에 밝은 점을 찾으라는 것이 있다. '왜 안 변할까' '왜 저항할까' 등 안되는 원인을 분석할 시간에 '잘되는 것' '효과가 있는 것'을 찾아 이를 발전시키는 것이 더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차라리 사교육이 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이 어떨까. 온라인 강의로 비싼 과외를 대중화해 경제적 부담을 줄이거나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무료로 교육을 제공하는 한 업체처럼 말이다. 사교육을 뿌리 뽑는 것보다 사교육이 많은 사람에게 고루 혜택을 주도록 노력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지 않을까.

올해는 선거의 해다. 전 국민의 관심사 중 하나인 사교육 문제. 다수의 정치인이 수많은 관련 공약을 쏟아낼 것이다. 과연 그중 누가 비현실적인 얘기를 하고 누가 현실적인 얘기를 하는지 냉정하게 지켜보자.



조미나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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