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교통카드 보증금, 어디로 갔지?"

서울-인천시, 시내버스 교통카드 보증금 관리 소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내가 낸 시내버스 교통카드 보증금 어디로 갔지?"

수도권 광역지자체들이 1990년대 후반에 사용됐던 시내버스 교통카드 보증금 관리에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에선 11억 원 가량이 행방불명됐고 서울시도 관리 상태를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15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시민들이 낸 시내버스 교통카드 관련 적립액 16억 여 원이 증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인천 시내버스 결제시스템 운영 업체인 이비카드㈜에 따르면 인천 지역에서 1998년 8월 시내버스 교통카드가 도입된 후 지난해 말까지 발급된 교통카드는 모두 54만9827장으로 카드 판매 금액으로 치면 53억9827만원 어치다.

이 카드를 통해 그동안 1158억967만여원이 충전돼 1191억1683만여 원이 사용됐다. 또 파손 등의 이유로 환불된 금액이 2억8763만 여원, 정상 환불된 금액이 2041만2654원이었다. 따라서 이를 모두 계산해 보면 지난달 27일 현재 인천 시내버스 교통카드 계좌에는 총 17억8300여 만 원이 적립돼 있어야 한다.하지만 현재 인천시버스운송사업조합 측이 관리하는 시내버스 교통카드 계좌에는 약 1억5000여 만 원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약 16억3000만원의 행방이 묘연한 셈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사라진 적립금 중 시민들이 교통카드를 구입하면서 1장당 2000원 안팎의 보증금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발급 카드 숫자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0억9900여 만 원 정도다. 이 보증금은 시민들이 교통카드를 반납하면 언제든지 돌려 줘야 하는 금액이다. 시민들의 재산이 포함된 16억 3000만원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도 관리 주체인 인천시버스운송조합과 감독 당국인 인천시는 현황 파악 조차 못한 채 "어떻게 된 일인 지 모르겠다"며 이제서야 실태 파악에 나선 상태다

인천시 측은 이 사실이 알려지자 부랴 부랴 14일 관련 통장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출력해 분석 중이다. 또 교통카드 시스템 운영 업체인 이비카드 측과 인천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측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인천시 버스 정책과 관계자는 "사라진 금액 중 일부는 공카드를 구입하는 데 쓰인 것으로 추측되는데 버스운송사업 측이 자체적으로 운영해 아직까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태 파악을 위해 자료를 받아다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천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측은 "우리도 자세한 상황은 잘 모른다. 현재 조사 중이며, 증발된 액수가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 관리ㆍ감독기관인 인천시가 알고 있을 것"이라며 책임을 인천시 쪽에 돌렸다.

서울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에선 90년대 후반부터 2001년까지 2000원 안팎의 보증금을 받고 '유패스' 카드가 판매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적립된 보증금이 얼마인지 어떻게 관리되는 지 등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버스관리과 관계자는 "정확한 보증금 적립액수나 관리 현황을 알지 못한다"면서 "버스운송조합 측이 따로 환불금 계좌를 만들어 보증금을 돌려 주고 있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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