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부동산시장 거품 경고 잇달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로존 부채위기에 따른 크로네 강세가 북유럽의 노르웨이 경제에까지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유로 대비 크로네 가치가 치솟으면서 노르웨이 수출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에 노르웨이 정부가 통화정책 완화를 통해 수출업체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너무 높은 노르웨이 가계 부채가 문제가 되고 있다. 통화정책 완화가 자산 거품 문제를 확대할 수 있다는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노르웨이 통화정책 담당자들이 가계 부채와 크로네 강세라는 덫에 걸려 딜레마에 빠졌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트론드 기스크(Trond Giske) 노르웨이 통상장관은 13일 수출 둔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지속되는 크로네 강세가 정부에 숙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8년 12월 유로당 10크로네를 웃돌았던 유로·크로네 환율은 최근 유로당 7.5크로네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크로네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지난해 12월 2009년 6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 2.25%였던 기준금리를 1.75%로 낮췄다. 하지만 이미 대내외에서 노르웨이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자산 거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모텐 발츠센(Morten Baltzersen) 노르웨이 금융감독청장은 가계 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약 3%포인트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음을 언급하며 급증하는 가계 부채 때문에 노르웨이 신용 시장이 심각한 불균형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노르웨이 실업률은 3%대 초반에 불과하다. 가계 소득은 안정적이고 정부 재정수지도 AAA 등급 국가도 높으며 정부 순부채는 제로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낮은 금리를 이용한 가계 대출이 급증하고 주태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올해 민간 부채부담이 가처분소득의 약 204%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노르웨이가 앞서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로 어려움을 겪었던 1980년대 후반의 150% 수준보다 높은 것이다. 당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노르웨이 주택 가격은 40% 가량 하락했다.

노르웨이 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노르웨이의 주택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8.4%나 상승했다. 개인 신용 증가율도 7%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발츠센은 "가계부채 증가율과 주택가격 상승률이 견딜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러한 추세가 길어질수록 심각한 불균형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를 고안해냈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노르웨이가 주택가격 거품에 시달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노르웨이 주택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매우 놀랐다며 노르웨이의 주택 인플레는 서브프라임 거품이 붕괴되기 직전의 미국보다 빠르다고 지적했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