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의 축구세상]안정환 위한 '헌정 경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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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어 고마웠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선수, 안정환이 결국 축구화를 벗었다. 틀림없이 그는 우리의 축구사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판타지스타' 계열의 선수였다. 공격 자원에 요구되는 각종 덕목과 센스를 빠짐없이 갖췄다는 이야기다. 그가 성장하던 시절 이 땅의 축구 환경이 매우 척박했음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다.

대학 시절 이미 빛나는 재능이었던 안정환은 K리그 데뷔 후 실력 못지않은 스타성까지 발산하며 리그 흥행에도 크게 이바지한 주역이었다. 안정환의 '테리우스' 캐릭터는 김주성의 '삼손 헤어' 이후 최고의 표지모델급 캐릭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스타성은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그의 창의적인 마술과도 절묘하게 어우러졌다.또한 안정환은 당시로선 가장 뛰기 힘든 리그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탈리아 세리에A에 도전했던 사나이다. 처했던 상황과 조건들이 지금의 유럽파 후배들에 비해 여러모로 열악했음은 물론이다. 그가 유럽 정상급 무대에서 더 뻗어 나아가지 못한 것은 지금에 이르기까지도 진한 아쉬움을 남기는 일이지만, 그는 틀림없이 2000년대 한국 축구의 거목이요 선구자였다. 안정환의 그간의 노고에 감사를 보내며, 그의 앞날에 큰 행운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덧붙이고 싶은 것 하나는, 이 땅의 축구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안정환을 위한 '헌정 경기'가 한번쯤 열렸으면 하는 소망이다. 그는 헌정 경기의 주인공이 될 만한 자격이 있다. 은퇴 선수들도 참여하는 '부산 대 국가대표' 같은 형식은 어떨까?

'테리우스 은퇴'라는 섭섭한 소식이 들려오기 이전, 이번 주 K리그 헤드라인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주인공은 역시 성남이었다. 비록 프리시즌 토너먼트이기는 하더라도 K리그 명문 성남은 두 경기 10골의 휘파람을 불며 새해부터 기분 좋은 소식들을 전해왔다.아직 뚜껑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올 시즌 성남의 순위 상승은 자체로 예상 가능한 일이다. 시즌을 앞두고 주요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간 데다 라돈치치(현 수원)마저 장기간 부상 공백을 겪은 지난 시즌의 성남과 요반치치, 한상운, 윤빛가람, 김성준, 이현호 등 양질의 자원들을 영입한 올 시즌의 성남은 외관상으로도 천양지차다. 올 시즌의 성남을 프랑스의 '큰 손' 파리 생제르망에 비유하는 기사들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아시아 챌린지컵에서 나타난 성남의 모습은 그 외관보다도 더욱 고무적이었다. 우선 지난 시즌 중도부터 발을 맞추기 시작한 에벨찡요, 에벨톤 간의 호흡이 바야흐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인상이며, 새로 가세한 요반치치와 한상운이 기존의 두 브라질 선수들과 유기적인 움직임을 잘 가져가면서 공격진의 위력을 배가시켰다. 미드필드와 포백 라인의 전체적인 수비력에는 아직은 약간 의문부호가 있지만, 골을 창조해내는 능력에 있어서만큼은 리그 정상급 대열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시즌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고 갈 길은 멀다. 그 어느 때보다 경기 수가 많아 모두에게 부담이 될 법한 시즌인데다, '스플릿' 이후 전력이 비슷한 팀들과 계속 경기를 치러야 하는 측면도 변수다. 게다가 현재 너나 할 것 없이 양질의 보강을 이룬 클럽들이 적지 않은 터라 그 누구도 안심하거나 성적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다. 또한 성남의 프리시즌 모습은 다른 클럽들의 견제를 불러일으키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어찌됐건 성남의 전력 상승은 자체로 올 시즌의 경쟁 구도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동시에, K리그 클럽의 아시아 경쟁력을 높이는데 있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이는 또한 시쳇말로 '촉이 좋은' 명장 신태용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됐다. 지난 시즌 신태용의 기민한 '촉'은 전력 약세의 팀을 근근이 유지하며 꼭 필요했던 FA컵을 들어 올리는 과업에 주로 사용됐지만, 올 시즌에는 벌써부터 더 높은 목표물들을 겨냥하고 있을 법하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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