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복지보다 일자리 창출이 우선

임진년 새해가 밝았지만 사회 분위기는 밝고 희망찬 모습보다 우울모드에 빠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부쩍 추워진 계절 탓도 있겠지만 세계경제의 동반침체를 예고하는 경고음과 양극화문제 같은 해묵은 숙제들이 국민들의 피로감을 증폭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희망 찾아주기에 나선 정치권의 행보가 빨라진 가운데 올해 양대선거와 맞물려 복지확대론이 대세로 굳어가는 양상이다.

그러나 복지를 정책의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사회안전망을 정비하고 소외계층을 돌보는 일이 덜 중요해서가 아니라 성장기반이 흔들리면 복지혜택을 오래 베풀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세대가 후대에 대한 책무를 다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미래의 주역이 되어야 할 젊은이들의 모습은 지금 어떠한가? 힘들게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직장을 얻지 못해 졸업을 늦추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사회에 진출하더라도 비정규직으로 비주류 인생을 살고 있는 것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다. 20대 취업자의 3분의 1이 비정규직이며 청년고용률이 4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인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기성세대들이 연금소득을 따져보며 은퇴 이후를 걱정하는 반대편에서 신진세대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 정책에 대한 불신, 그리고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 작금의 슬픈 풍속도이다.

혹자는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일할 마음이 없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도 일손 부족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견 타당한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자부하는 근면과 성실의 문화는 혹독한 가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제발전의 성취감을 통해 나름대로 보상받은 측면이 있다. 편리한 생활과 합리적 사고에 익숙한 신세대들에게 일자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하라는 것은 무리이다. 젊은이들의 불만을 정신자세의 문제로 치부할 일은 아닌 것이다. 사회적으로 냉소주의와 저항주의가 확산된다면 국가발전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사실 청년실업 문제는 많은 논의가 있었던 만큼 어느 정도 모범답안도 나와 있다. 관광, 의료 등 서비스산업부문을 발전시키고 중소기업들을 글로벌 히든 챔피언으로 육성함으로써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산업계와 학계 간의 협력을 긴밀히 하여 산업계가 원하는 직능별 인재를 많이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젊은 인재의 채용을 위축시키는 정규직 과보호제도를 완화해 기업의 인력관리에 숨통을 열어주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이런 과제를 얼마나 일관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가 하는 일이 관건인데 최근 복지확대론이 대세가 되고 있어 자칫 정책의 우선순위가 밀릴까 걱정이다. 얼마 전 젊은이들이 지도층 인사보다 예능인을 더 신뢰하고 있다는 조사결과에서 보듯이 신구세대 간 문화와 사고의 단절이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이라도 세대 간 소통채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부모세대의 논리를 가르치려 하기에 앞서 자식세대의 고민에 귀 기울이면서 상호이해와 공감대의 폭을 넓혀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젊은이들이 주로 소통하는 공간인 언론과 인터넷을 비롯해 정치, 경제, 사회의 각 부문에서 소통의 장치와 기회를 많이 만들어나가야 할 일이다.

자식세대가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부모세대의 책무일 것이다. 복지혜택을 늘리는 일을 조금 늦추더라도 불안과 불신과 불만의 3불(不)세대에 희망을 찾아주고 일할 기회를 만드는 일을 서두를 때가 아닌가 한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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