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하루짜리 초단기예금 5000억유로 돌파

지난달 ECB 3년 장기대출 도입후 폭증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중앙은행(ECB)의 하루짜리(overnight) 초단기 예금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000억유로를 넘어섰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CB가 1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오버나이트 예금 규모는 전날에 비해 90억유로 늘어난 5020억유로를 기록했다. 시중 은행들이 ECB에 예치한 오버나이트 예금 규모는 최근 연일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오버나이트 예금 규모는 지난해 11월만 해도 3000억유로 미만이었으나 단 2개월 사이에 두배 가량 급증했다.

특히 지난달 ECB가 3년 만기 장기대출(LTRO)을 도입한 직후 오버나이트 예금 규모는 그야말로 폭증하고 있다. 은행들이 ECB의 LTRO를 통해 자금을 빌린 후 시장에 풀기보다는 ECB의 오버나이트 예금 창구에 다시 자금을 맡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CB는 시중 은행들이 5~7%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를 매입해 주기를 기대하며 LTRO를 도입했다. 즉 ECB의 오버나이트 예금 규모 급증은 ECB의 의도에는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버나이트 예금으로 은행들이 받을 수 있는 이자는 1% 수준에 불과하다.
ECB 오버나이트 예금 규모 추이 <출처: 블룸버그>

ECB 오버나이트 예금 규모 추이 <출처: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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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LTRO 도입 이후 유로존 국채 입찰도 계속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전날 스페인은 12개월물과 18개월물 단기 국채 입찰을 통해 49억유로 자금을 조달했다. 최대 발행 목표치 50억유로에 거의 근접한 것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12개월물 낙찰 금리는 2.049%를 기록해 지난달 13일 입찰 때의 4.05%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18개월물 낙찰 금리도 2.399%를 기록해 12월의 4.226%보다 크게 하락했다.

지난 13일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최고 신용등급(AAA)을 박탈했던 프랑스도 16일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며 국채 입찰에 성공했다.

결국 ECB의 LTRO 도입으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져 유로존 국가의 국채 입찰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한편으로 ECB의 오버나이트 예금 급증은 여전한 시중 은행의 위기감 표출과 함께 과잉 유동성에 대한 논란도 낳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LTRO가 금융시장에 분명히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ECB는 다음달 두번째 LTRO 대출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은행들의 대출 신청 규모가 5000억유로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LTRO 대출 신청에서는 523개 유로존 은행들이 총 4890억유로 대출을 신청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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