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쓴잔…대기업 불참 속에 이익공유제 보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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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새해 초부터 다시 한 번 쓴잔을 마셨다. 그가 위원장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온 이익공유제 도입 시도가 무위로 돌아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데스크톱PC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역시 보류됐다.

17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본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회의는 전체 위원 25명 가운데 대기업 측 9명을 제외한 16명이 참석했다.동반위가 이익공유제 도입 결정을 유보한 것은 대기업 관계자들이 빠진 가운데 일방적으로 이익공유제 도입을 확정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탓이다. 이날 참석한 위원들은 오전 8시부터 회의를 시작한 뒤 끝나기로 예정됐던 오전 9시를 훌쩍 넘긴 10시30분까지 격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 위원장은 "대기업 측 위원들의 불참은 대단히 실망스런 상황"이라며 "사회적 합의 정신이라는 동반위 가치에 따라 이익공유제 도입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동반위는 다음달 2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이익공유제 도입을 재차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정 위원장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 회의에도 대기업 측 위원이 전원 불참한 데 강한 불만을 표현했다. 그는 "(이익공유제를 향한)대기업의 보이콧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재계가 최소한의 논의도 회피함으로써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익공유제는 지난해 2월 동반위 공식 출범과 함께 정 위원장이 전면에 내세운 이슈다. 초기에는 이를 두고 동반성장의 핵심수단이라는 정 위원장과, 이익공유제는 개념도 불분명한 사회주의적 접근이라는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부딪히면서 혼란스런 상황이 벌어졌다. 대기업 역시 동반위 본회의에 불참하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후 정 위원장은 판매수입공유제, 순이익공유제, 목표초과이익공유제로 개념을 세분화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해를 절충하면서 대기업과의 간극을 좁혀왔다. 올초 열린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정 위원장은 "대기업 측이 이익공유제를 반드시 받아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한 바 있다.

동반위는 이와 함께 중소기업 적합업종 234개 신청 품목 중 유일하게 매듭을 짓지 못했던 데스크톱PC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도 보류했다. 정 위원장은 "데스크톱PC 상황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어 반려했다"고 밝혔다.

현재 조달시장 데스크톱PC 시장 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2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삼성전자가 40%, 삼보와 LG전자가 각각 10~15%, 나머지 중소기업이 30~40%를 점유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한다. 그동안 중소 PC제조사들은 공공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 제품 비중을 50%까지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대기업은 40%가 한계라며 대립해 왔다.

한편 동반위는 중기 적합업종 신청 품목 234개 중 1차 16개, 2차 25개, 3차 38개, 4차 3개 등 총82개 품목을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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