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치의 해 '물가 잡기'에 올인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경제 분야로 시야를 좁혀보면, 2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고백'에 가깝다.

연설문은 "세계 경제는 일시적 불황이 아니라 새로운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현실 인식에서 시작해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물가를 3%대 초반에서 잡겠다"는 다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모든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으로 마무리 된다. 1년 전 이맘 때 "경제는 '올해도' 활성화돼야 한다"며 짐짓 여유를 부리던 모습은 간 데 없다. 지난해 이 대통령은 무리수 논란 속에서도 '5% 성장과 3% 이하의 물가 안정'을 이루겠다고 했다.

그 때는 '괜찮아진 경제를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고민이었지만, 유럽 재정위기에 북한 리스크까지 불거진 지금은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걱정거리다. 이 대통령은 "불확실성에 대처하고 상황을 관리하는 데 국정의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불과 1년 새 경제를 보는 시선은 한층 수세적으로 변했다.

경제분야 국정 목표는 서민생활 안정. 주연은 물가 잡기다. 새로울 것 없는 국정연설 단골메뉴이지만, 지난해 기름값 잡기에서 시작된 물가 전쟁의 양상은 올해 한층 과격해 질 듯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성장도 중요하지만 물가에 역점을 두겠다"고 공언했다. 경기 둔화와 저성장이 예상되는 올해, 국정 과제의 우선 순위에 성장보다 물가를 두겠다는 건 정치적 판단이다.

물가는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다. 취임 초 일명 'MB물가' 지수까지 만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 대통령이 취임했던 2008년 2월 3.6%이던 물가는 지난해 12월 4.2%까지 뛰었다. 그나마 물가지수 개편에 따라 종전 기준보다 많이 낮아진 숫자가 이렇다.

한파와 긴 장마로 푸성귀 값이 폭등했던 지난해 정부는 '고(高)물가' 아우성에 시달렸다.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때에 밥상물가마저 껑충 뛰자 민심이 등을 돌렸다.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는 정치의 해, '어떤 일이 있어도' 물가부터 잡겠다는 이 대통령의 약속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임기 말, 대기업을 윽박질러 가공식품 가격을 잡는 방식의 물가 전쟁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외에도 '열린 고용'으로 부르는 고졸 채용 분위기를 확산시켜나갈 태세다. "지난해 11월까지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취업을 희망한 사람들 가운데 약 80% 이상이 취업에 성공했다"면서 "앞으로는 전원 취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일단 취업하면, 나중에 대학에 갈 때 지원하는 '선취업 후진학 제도'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80%에 이르는 높은 대학진학률이 풀리지 않는 일자리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다. 진학률을 낮추는 게 '고용 미스매치(구인 기업과 구직자의 눈높이가 맞지 않아 일자리가 부족한 현상) 해소의 관건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고용 시장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역시 선언적인 구호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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