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2012년 대한민국의 산업 기상도는 업종별로 시황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와 석유화학은 글로벌 경기 위축에도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에 대한 수요 확대로 내년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 반면 조선과 철강은 유럽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삼성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경제기관들은 이 같은 새해 경기 전망을 내놓으면서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서도 업종별 전략을 마련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주력 산업 중 2012년에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부문으로 자동차와 석유화학이 꼽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1월 말 개최한 ‘2012년 산업 기상도 세미나’에서 “글로벌 산업수요 증가에 비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 즉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며 “내년에는 특히 유럽시장에서 신차효과와 판매망 확대, 파이낸셜 서비스 시작 등으로 두드러진 성과를 낼 것”이라고 호평했다. 중국도 지난 10여 년간의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긴축정책으로 인해 성장률이 4.2%의 증가에 그칠 전망이지만 현대자동차의 중국 3공장 가동시작과 기아차의 100%이상 가동률로 자동차 분야는 비교적 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기대하는 분석도 있었다. 코트라는 “FTA 효과로 선진국 시장 호조와 신중산층 증가에 따른 신흥시장 수요 증가로 내년도 국내 자동차 업종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석유화학도 기술 발전에 따른 지속적인 수요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수부문에서는 국내 경제 성장세 둔화로 실적 증가세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수출 부문에서 신흥공업국 중심의 수요 증대로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도 한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수요가 정체되고 있지만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로 국내 기업의 수출액과 수익성은 양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경련은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NCC(나프타분해센터) 증설이 제한적으로 나타나 수급이 타이트해질 것이고 중국의 낮은 재고 수준이 시황 회복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내년 석유화학시황은 1분기를 저점으로 완만한 상승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조선업과 철강은 대외 경제 악재로 인해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조선업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가 올해 절반 이하로 축소되며 탱크선도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됐다.
전경련 산업 기상도 세미나에서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조선업은 유럽존의 재정위기로 선박금융이 위축되고 글로벌 경기부진이 해운선사들의 실적부진으로 이어져 발주여력과 수주량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유럽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전 세계 선박금융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연도 “2012년에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신조선 발주 감소 추세가 계속될 전망”이라며 “경제의 불확실성이 감소하지 않는 상황에서 신조선 경기가 본격 회복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선업은 가장 중요한 시장인 유럽의 경제난이 지속돼 선박금융이 경색되고 선박 발주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미 국내 중소 조선업체들 중에는 심각한 경영난을 보이고 있는 곳들이 나타났으며 대형 조선사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 역시 내수부진과 선진국 수요 둔화로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전 세계 철강수요는 전년 대비 6%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이보다 수요가 더 적을 가능성이 높다. 현경연은 “개도국의 수요 확대에도 불구하고 내수 시장과 선진국 수출시장의 수요 정체로 큰 폭의 산업 성장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코트라도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수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경기과열 억제책으로 건설용 철강제품의 수요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와 전자(휴대폰·가전) 부문은 위기와 기회가 상존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침체로 반도체 시장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치킨게임을 겪고 있는 세계 주요 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된다면 우리 반도체 업체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경연은 이에 대해 “반도체 업종에서 전면적인 치킨게임이 전개돼 업계의 생산 라인 구조조정과 후발업체의 퇴출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내년 하반기에는 시장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전경련도 “세계 경제 불안으로 올해 반도체 시장에 대해서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모바일컴퓨팅으로의 패러다임 변화와 한계상황에 내몰린 해외 D램업체들의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반도체 입장에서는 오히려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트라는 “D램 수요는 2012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며 낸드플래시 등 비메모리 분야는 스마트 기기 수요증가로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일반 PC 수요 부진과 제조사 간 치열한 경쟁, 이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수익성이 단시일 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전자(휴대폰·가전) 부문도 긍정과 부정이 뒤섞였다. 선진국 판매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흥국 판매 증가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예측된다. 런던올림픽, 유로2012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삼성연은 “스마트폰은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해외 생산 확대로 수출이 감소하고 있으며 TV시장은 선진시장의 역성장으로 인해 성장정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전망에 대해서 코트라는 스마트폰 시장은 2012년에도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그동안 아이폰에 밀렸던 국산 스마트폰이 미국, 유럽 등에서 선호도가 높아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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