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지워야 비대위가 산다?

박근혜 딜레마…쇄신 위해 단절 필요하나 집안싸움 부담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ㆍ위원장 박근혜)의 존재는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얼만큼 거리두기를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비대위의 출범 배경과 현 정부의 국민에 대한 인기 등을 고려하면 MB를 부정해야만 비대위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MB를 완전 부정했다간 '또 다시 집안싸움'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는데다 친이계의 집단반발도 부를 수 있다.

비대위 정치ㆍ공천개혁 분과위원장으로 선임된 이상돈 비대위원(중앙대 교수)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오 의원은 현 정권의 실세로서 국정 실패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당연히 총선에 출마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상득 의원은 보좌관의 금품비리로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대통령의 친형으로서 성역 없는 검찰 수사를 위해선 자진 탈당하는 게 맞다"며 "27일 열린 비대위 첫 회의에서 최구식 의원과 함께 이 의원의 탈당도 거론됐었다"고 밝혔다.물론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에 대해 개인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29일 의원총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쇄신을 해 나가는 입장에서 단정적으로 누구는 쇄신 주체이고, 누구는 쇄신대상이라고 말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비대위원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김종인 비대위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에 부담을 주는 요인은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나라당이 소생할 수 있다. (용퇴론은) 이 교수 개인 의견이 아니라 당 밖의 일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준석 위원 역시 다른 인터뷰에서 "이명박(MB) 정권의 정책이 좋은 의도였어도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MB 정부와 같이 갈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친이명박계의 전면적인 퇴진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비대위의 이같은 분위기는 나아가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수준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 친이계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친이계 의원은 "개인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점령군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이는 바람직한 개혁 방향이 아니며, 분란과 계파갈등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청와대는 비대위원들의 돌출발언에 공식적으로는 "당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이 변화하는 과정이고, 청와대가 지금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의견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다른 참모는 "비대위 위원들이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듯한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며 "청와대와 차별화 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과도한 선명성 경쟁을 펼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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