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복싱데이'·美 '메가먼데이', 경기침체 불구 판매 호황

[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영국ㆍ호주ㆍ캐나다에서 '복싱데이(Boxing day)'를 맞아 소매 판매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크리스마스 다음날 물건을 싸게 파는 복싱데이를 맞아 영국의 소매업체들이 활기를 찾았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침체된 경기와 지하철 파업 등 악재를 감안하면 다소 뜻밖의 일이다.복싱데이란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을 가리킨다. 상자에 선물을 담아 이웃에게 나눠주던 전통에서 비롯됐다. 영국 연방 국가의 유통업체들은 이날 30~80% 대폭 할인 행사를 벌인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 프라이데이가 이와 유사하다.

영국 명품 백화점 셀프리지스는 이날 판매가 시작된 오전 9시부터 2000여 명의 고객이 입장해 한 시간 사이 무려 130만 파운드(약 23억4000만 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영국의 명품거리로 유명한 본드ㆍ옥스퍼드ㆍ리젠트의 소매점들을 대변하는 뉴웨스트앤컴퍼니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서 복싱데이에 명품을 싸게 사러 오는 관광객들이 몰려 5000만 파운드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한편 런던 경찰청은 이날 오후 1시 45분 옥스퍼드ㆍ본드가(街) 인근 지하철역을 폐쇄했다. 본드가 지하철역 인근에서 10대 후반~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한 남성이 찔려 즉사한데다 그로부터 6시간 뒤 또 다른 남성이 흉기에 찔려 부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런던 지하철의 기관사들이 복싱데이 초과 수당 지급 문제로 24시간 총파업에 나서면서 쇼핑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영국 유통업체들은 이런 악재들이 복싱데이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으나 예년보다 할인폭을 늘린 탓에 큰 피해는 생기지 않았다.

뉴웨스트앤컴퍼니의 제이스 티렐 수석 홍보실장은 "올해 복싱데이 경기가 매우 뜨거웠다"며 "2009년 대비 5~10% 판매가 늘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크리스마스ㆍ복싱데이에 지갑을 활짝 열었지만 이를 경제개선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컨설팅업체 IHS글로벌인사이트의 하워드 아처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경제적 여유가 생겨 물건을 구입한 것은 아니다"라며 "유통업계가 경기침체를 감안해 할인폭을 대폭 늘린 게 적중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소매업체들 역시 26일 큰 폭의 세일에 나섰다. 특히 올해는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이 월요일과 겹쳐 6년 만에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금요일)' 매출을 능가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미국 소매업체들은 최대 매출을 기록한 올해 12월26일을 '메가 먼데이'로 명명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커스토머그로스파트너스(CGP)에 따르면 미국 소매업체들은 이날 약 29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소매점들의 매출액 270억달러보다 20억달러 많은 것이다. 이날 쇼핑객 수는 전년 같은 날 대비 6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소매업계도 최고 70%의 '폭탄세일'에 들어갔다. 호주 유통업계는 이날 17억 호주달러(약 2조 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비드존스 백화점의 퀸즐랜드주 책임자인 로웨나 덕슨은 "유통업계에 가장 중요한 날이 복싱데이"라며 "이날 100만 장이 넘는 남성용 셔츠와 11만 족이 넘는 여성용 신발 등이 싼 값에 판매된다"고 말했다.

호주소매연합(ANRA)은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55억 호주달러 규모의 매출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캐나다에서도 소비자들이 상점 오픈 12시간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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