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기부천사 손길 이어져

[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차가운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연말, 기부천사들의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충정로 구세군 빌딩에는 90대 노부부 천사가 찾아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청소년 가장들을 돕는 데 써달라"며 2억원을 기부했다.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두장을 전달한 이들 부부는 한사코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하고 나이만 알려줬다고 한국구세군은 전했다.이 천사부부는 2년 전인 2009년 12월 23일에도 구세군을 방문해 각각 5000만원씩 총 1억원을 전달했으며 북한을 돕는 데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세군에 따르면 이 노부부는 북한 신의주와 정주 출신으로 1950년 6·25전쟁 당시 남쪽으로 내려왔다. 특히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는 "살아있는 한 매년 찾아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전북 전주에도 기부천사가 찾아왔다. 12시10분께 전화로 "근처 세탁소 주변에 가보라"는 기부천사의 메세지를 받은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주차된 승용차 밑에서 현금 5000만원과 동전이 가득한 돼지저금통이 들어있는 상자를 발견했다. 40~5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전주 기부천사는 올해까지 12년째 해마다 찾아와 현금을 몰래 기부해 오고 있으며, 총 기부액은 2억4700여만원에 이른다.

이보다 3일 앞선 17일에는 충북 제천시 신백동 주민센터에는 기부 천사가 나타나 주민센터 마당에 10㎏짜리 쌀 21포대, 20ℓ 쓰레기봉투 40장, 편지 3통을 놓아두고 사라졌다. 편지에는 "우리는 잘살지도 못살지도 않는 평범한 가족입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부자이고 싶네요"라는 소박한 문구가 담겨 있었다.



박은희 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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