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일본서 2년 연속 '올해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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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한국계 일본인 사업가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54·일본명 손 마사요시·사진) 사장이 일본 경영인 541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조사에서 '올해의 사장'으로 선정됐다. 올해로 2년째다.

1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산업능률대학이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현지 경영인들은 손 사장이 동일본대지진 발생 이후 거액을 기부한 점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그가 카리스마와 서민적 이미지를 겸비한 인물이라고 답했다.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에 따르면 82억 달러(약 9조5000억 원) 상당의 순재산을 소유한 손 사장은 대지진 의연금으로 최고액인 100억 엔(약 1400억 원)이나 내놓았다. 이는 회사 돈이 아니라 손 사장 개인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더욱이 소프트뱅크는 고객들이 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아이폰용 앱을 개발했다. 피해 지역의 구호·자선 단체, 지도자들과 피해자 가족들에게 무제한 서비스가 가능한 휴대전화 1만2000대를 무료로 나눠주고 스마트폰용 긴급 게시판 앱도 제공했다.

설문조사에서 손 사장은 유효 투표수의 30% 정도인 140표를 얻었다.그는 지난 4월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천이 처음 선정·발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 기업인 25인' 리트스에서 20위, 포브스가 지난달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리스트에서는 60위를 장식했다.

일본 프로 야구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구단주이기도 한 손 사장은 사가현(佐賀縣) 도스(島栖) 태생으로 재일 한국인 3세다. 그의 할아버지는 대구에서 살다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인들이 기피하는 광부로 일했다. 아버지는 돼지를 키우며 근근이 살아가다 생선장사로 성공한 뒤 파친코와 부동산 사업에서 큰 돈을 벌었다. 그 덕에 손정의는 다른 재일동포와 달리 풍족하게 살 수 있었다.

손정의는 1973년 쿠루메(久留米) 대학 부설 고등학교에 입학했으나 이듬해 중퇴한 뒤 맥도널드 재팬 설립자인 후지타 덴(藤田田)의 조언으로 미국 유학에 나섰다. 캘리포니아주 살레몬테 고교에서 유학을 시작한 그는 고교 과정을 3주만에 마치고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에서 경제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

그는 버클리 재학 당시 마이크로칩으로 번역기를 개발했다. 이어 1980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유니손 월드라는 이름의 업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1년 6개월 동안 사업 구상에 몰두하다 1981년 9월 종합 소프트웨어 유통업체인 소프트뱅크를 설립했다. 소프트뱅크는 세계 최대 컴퓨터 쇼인 '컴덱스'에서 소프트웨어를 선보인 뒤 이에 주목한 일본 기업들과 거래하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 기업들의 견제가 심해 잡지에 광고를 싣지 못하자 소프트뱅크는 아예 컴퓨터 잡지까지 출판했다.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한 손 사장은 포털 사이트 야후재팬의 출자율을 높여 야후재팬의 최대 주주가 됐다.

한편 산업능률대학의 설문조사에서 지난해 4위를 차지했던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이미 사망했지만 그의 위대함이 새롭게 인식돼 2위에 올랐다. 캐주얼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를 보유한 퍼스트리테일링그룹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은 3위에 올랐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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