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동차업계, 한 목소리로 "엔高 위험" 경고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세계 5대 오토쇼인 일본 도쿄모터쇼의 올해 최대 화두는 바로 사상 최고 수준을 구가하고 있는 ‘엔고(高)’였다. ‘빅3’ 도요타·닛산·혼다자동차를 비롯해 미쓰비시자동차·후지중공업의 스바루 등 일본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한 목소리로 “엔화 강세가 가장 큰 위협”이라면서 엔화가 달러화와 기타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계속 이어간다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스코 오사무 미쓰비시자동차 사장은 “엔고가 요즘 일본 자동차업계의 최대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이토 다카노부 혼다자동차 최고경영자(CEO)도 “일본 국내산 자동차의 수출 비중을 현재 30~40%에서 10~20%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닛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가장 목소리를 높였다. 곤 회장은 “일본 국내에서 차를 생산해 수출하는 것은 수익성이 사실상 없다”면서 생산기지를 태국·중국·멕시코로 단계적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더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자국 통화의 최저방어선을 설정한 스위스의 전례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국내 생산 연간 300만대 유지를 공언한 아키오 도요다 도요타자동차 사장도 “환율 문제는 일개 기업이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수출로 수익을 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해외로 생산 이전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엔고 때문에 일본 자동차 산업의 붕괴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반면 독일·한국 등의 경쟁 자동차업체들은 절하된 유로·원화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들의 점유율을 빠르게 상쇄하는 한편 거꾸로 일본 자동차시장에 대한 공략까지 강도를 높이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의 마르틴 빈터코른 CEO는 “일본으로의 수출량을 7만대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면서 “최대 수입차업체로서의 지위를 다지겠다”고 말했다.읿본 자동차업계가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에 본격 나설 경우 일본 고용시장에도 대량해고 등의 사태를 피할 수 없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JAMA)에 따르면 일본 전체 노동인구의 8%인 500만명 이상이 자동차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달 30일 개입 이후 달러당 77~78엔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9% 이상 절상됐으며, 올해 상반기 엔화 강세로 일본 자동차업계 순익은 3300억엔(약 42억달러)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니시무라 기요히코 일본은행(BOJ) 부총재는 30일 기업 경영인들과의 회동에서 “유럽 부채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위기에 처해 엔화가 극도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엔고는 임계 수준을 넘었으며 일본 산업의 공동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것 뿐만 아니라 ‘모노즈쿠리’로 일컬어지는 일본 전체 제조업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엔화가 향후 다시 평가절하되더라도 일본 제조업이 회복되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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