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럼]연안침식 대책, 내일은 늦으리

심재설 해양연구원 기후연안재해연구부장

심재설 해양연구원 기후연안재해연구부장

일상에서 '지구온난화' '해수면 상승' 등의 표현을 흔히 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전 지구적인 환경변화가 마치 오래 전부터 진행돼 온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구환경 변화가 인류는 물론 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솥에 빠진 개구리처럼 물이 뜨거워진 후에야 인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안 침식' 문제는 다르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피해 중 이미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연안'은 주요 국가기반시설과 조선ㆍ석유화학ㆍ항만 등 주요 산업시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많은 인구가 연안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국가 정책 및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그러나 오늘날 연안역은 기후변화 정부 간 위원회(IPCCㆍ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 의해 수자원, 생태계, 식량, 보건과 함께 기후변화의 피해가 크게 우려되는 곳으로 지정되어 있다. 지리적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되어 그 어느 영역보다 연안역의 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2007년 발표된 IPCC의 제4차 보고서는 연간 4㎜의 해수면 상승이 지속되는 경우 2080년께 세계 연안습지의 30%가 유실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역시 2010년에 연안침식 모니터링을 수행한 결과, 주요 연안의 약 60%가 침식이 진행되었거나 심각하게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 동해안에는 이상고파가 내습해 연안지역의 침식이 가속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과 태풍의 강도 증가도 연안 침식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과거에는 연안 침식의 문제를 단순히 연안 퇴적물의 이동으로 인식하고 어느 특정한 지역에서의 침식이라는 측면에서 문제 해결에 대한 노력이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연안 침식에 대해 우리나라보다 먼저 문제의식을 가졌던 미국, 일본 등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연안 침식은 파랑ㆍ해류ㆍ토질ㆍ광역의 침식ㆍ퇴적 등 다양한 변수가 복잡하게 작용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연안 지역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관리 방안이 필요하며, 동시에 타 분야와의 융합관리를 통한 시너지 효과 또한 필요한 시점이 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동서남해안의 특성이 모두 고유하기 때문에 각각의 연안지역 특성에 맞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개발과 관리, 그리고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는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관련 현상의 이론적인 연구와 침식방지 공법의 개발, 연안 지형변화 예측신뢰도 개선, 그리고 체계적인 사후 모니터링을 통한 성과 평가와 개선 방안 도출 등 다양한 대응기술과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국토해양부는 현재 연안 침식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연안환경을 보다 안정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제2차 연안정비 10개년(2010~2019)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또 연안관리법을 개정해 연안완충구역제, 자연해안관리목표제 등 새로운 연안관리정책을 도입, 제도적 틀도 정비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역시 '기후변화 및 연안재해 대응 연구'를 통해 연안 침식에 대한 대응과 연안 지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단기적으로는 연안 침식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와 효율적인 대응방안 수립을 위해 학ㆍ연ㆍ산의 다양한 연구ㆍ기술적 대응책 마련이, 장기적으로는 해당 분야의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연안 지역의 가치를 보존하고 연안 침식에 대한 다양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정기적인 공론화의 공간이 확대되어 가기를 기대한다.

심재설 해양연구원 기후연안재해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