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청소년 '법정의 철부지'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312호 법정 앞. 아직 앳된 얼굴을 벗어나지 못한 한 무리의 청년들이 법정 앞에 마련된 대기석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명은 고개를 들어 좌우를 살피기에 여념없었고, 둘은 손에 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게임 삼매경이었다. 나머진 웃고 떠드느라 정신 없었다.

재판장은 앞선 사건들의 선고가 끝난 뒤 이들 7명의 청소년을 피고인석으로 불러세웠다. 간단하게 사건 개요를 읽던 재판장은 이내 판결문에서 눈을 떼고 청년들을 바라보며 준엄하게 꾸짖기 시작했다."굉장히 중한 범죄입니다.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거에요. 피해자와 합의가 됐으니까 양형은 문제없다고 하더라도 중한 죄를 범했다는 걸 평생 잊지 마세요. 전과자가 된 겁니다. 부모ㆍ여자형제도 있으면서. 생각을 해보세요. 친구들끼리 모여 주먹질한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피해자의 머리 속에선 사라지지 않아요, 죽을 때까지"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최상열 부장판사)는 이날 '잡담'의 주인공인 장모(18)ㆍ강모(18)군 등 2명을 포함한 7명에 대해 항소심 재판을 열어 1심 일부를 파기했다. 선고 직후 법정 밖에서 '그럴줄 알았다'며 웃고 떠들던 바로 그 청년들이 대상이었다.

앞서 이들을 꾸짖은 재판장 최 부장판사는 "피고인 중 장모ㆍ강모 군은 연령이 어려 공개명령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들 둘에 대한 신상공개 명령부분만을 파기한다"며 나머지 판단은 1심과 같이 유지했다.이날 열린 재판은 1심에 이은 항소심 선고공판이었다. 나머지 5명에 대해서는 모두 1심 선고가 유지됐는데, 장모ㆍ강모군만 연령 문제로 신상공개 명령을 취소하는 새 판결을 받았다. 만으로 따졌을 때 아직 나이가 어리다는 게 이유였다. 법규상 어쩔 수 없이 신상공개를 파기하면서도, 범행의 심각성이 너무나 큰 나머지 최 부장판사가 준엄한 일성을 날렸지만 장군 등에게 별 효과가 없어 보였다. 대신 판사의 답답한 심정만 넋두리처럼 훈계가 되어 흘러나온 것이다.

영화 '도가니'의 한장면을 연상시킨 이날 법정은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 이런 태도를 가지면 자연스럽게 재범의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대가가 별로 혹독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양형논의 못지 않게 교육적인 방법으로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그 무거움의 정도를 알려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상현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성범죄 청소년의 이러한 태도를 '범죄성 자체가 키워져 있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형식적인 가정, 사회와의 낮은 접촉이 이들로 하여금 별다른 분별 없이 범행에 나서게 한다는 것이다. 대개는 단발성의 집단범죄에 그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책임과 애정을 가르침으로써 세상과 마주하게 하지 않으면 상습화될 우려가 크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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