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극빈계층인 생활보호대상자가 지난 7월 말 205만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2차대전 이후 1951년 204만여명에 이르렀던 생활보호대상자는 1960ㆍ70년대 고도 경제성장과 함께 줄어 1995년 88만여명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2006년 150만명을 넘어섰고, 금융위기로 비정규직이 대량 해고된 2008년 이후 급증했다.
1980년대까지 모든 국민이 스스로 중산층으로 여긴 부자나라 일본에서 빈곤층이 늘어나는 것은 오랜 불황에 견딜 장사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10년도 모자라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 불안과 인구 고령화가 함께 진행된 탓이다. 여기에 대지진, 엔고의 여파로 성장 정체가 계속되자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빈부 격차, 계층이동 제한, 사회적 균열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생활보호대상자가 급증하면서 정부의 재정부담도 커졌다. 생활보호비 지급 규모는 지난해 3조엔(약 40조원)을 넘어섰다. 빈곤층 구제에 나서야 할 정부는 더 가난하다. 잦은 총리 교체를 겪어온 정치권이 경기부양과 선심성 복지정책을 쓴 결과 재정부담이 가중돼 국가부채가 급증했다. 1970년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였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200%를 넘어섰다.
우리가 일본의 중산층 몰락과 빈곤층 증가에 주목하는 것은 한국도 닮은꼴이라서 그렇다. 극빈계층인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지난해 155만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인구 대비 수급자 비율은 3.1%로 일본보다 높다. 전체 88만가구 가운데 노인세대 비율이 28%나 된다. 중산층도 외환위기 이후 줄고 있다. 고소득층으로 올라가서가 아닌 빈곤층으로 주저앉는 계층이 늘어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빠르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 정부 통계로도 600만명에 육박한다. 주택ㆍ노동 시장에서 수요를 불렸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됐는데 노후 준비는 미흡하다. 개인 저축률이 급락하고 노인 빈곤층의 자살은 늘고 있다. 개인부채는 물론 국가채무도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한국의 인구구조 및 사회 변화는 일본과 약 10년의 시차를 두고 닮아가는 특징이 있다. 일본 같은 부자나라도 지금 이 지경인데 우리는 더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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