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관광가이드 실태 심각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 관광 가이드인 김모씨는 얼마 전 단체 관광객을 이끌고 창덕궁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상대로 설명을 하던 다른 가이드가 "고려 청자는 중국 당삼채(중국 당나라 전기의 도기)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설명에도 오류가 있었다. 한국은 오래 전부터 중국의 속국이라는 내용 등이 그것이었다.

김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무자격 관광 가이드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광식)는 지난 9~10월 서울, 경주, 제주 등 전국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한 결과 무자격 가이드 38명을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 가운데 무자격 중국어 가이드는 31명으로 그 수가 가장 많았다. 고민정 문화부 관광산업팀 주무관은 "최근 중국인 관광객 수가 늘면서 무자격 중국어 가이드 문제도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며 "무자격 가이드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잘못된 설명을 해 국가 이미지를 떨어뜨린다는 점, 조선족 무자격 가이드 입국이 출입국 관리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 자격증을 가진 가이드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점 등에서 큰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어 관광 가이드는 1000여명 정도며, 이 중 자격증이 없는 가이드는 300~4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부는 2009년 9월 관광진흥법을 개정하면서 관광 가이드 자격증 의무화 제도를 마련했으나, 현실을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해 11월을 기준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관광 가이드는 모두 1만7569명이며, 중국어 관광 가이드는 3125명이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이 187만5157명, 올해 1~9월까지의 중국인 관광객이 167만2271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자격증을 가진 중국어 관광 가이드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화부는 이와 관련해 중국어 관광 가이드 임시자격증 제도를 도입하고 무자격자를 대상으로 한 자격증 양성 교육 과정을 진행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 중국어 관광 가이드 수급에 노력하고 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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