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쳐놓은 벽 뒤에... 단백질 금맥이 있었다

코스닥 바이오株 전성시대 현장탐방-<1>셀트리온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회사 직원이 인도한 대로 탈의실에 들어가자 바닥 중앙에 녹색의 일자선이 보인다. 신발에 커버를 씌운 뒤에야 그 선을 넘을 수 있다.

그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아래위 하나로 연결된 우주복 모양의 하얀 점퍼슈트를 덧입었다. 시계 같은 액세서리는 모두 벗어 보관한 뒤 다음 방으로 이동. 신발에 흰 커버를 한 번 더 덧씌우고 고글과 모자를 착용했다. 안내 직원은 “모자 밖으로 머리카락 한 올도 나와서는 안된다”고 거듭 당부한다. 바이오 대장주이자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 의 벽은 높았다. 생산라인을 둘러보기 위해 기자는 모두 세 단계의 관문을 거쳐야 했다. 장관을 이루며 펼쳐진 설비는 그나마 유리벽으로 차단이 돼 있다.

셀트리온이 쳐 놓은 비즈니스의 벽은 이보다 훨씬 높다. 김형기 셀트리온 수석 부사장은 “바이오산업은 5~10년을 내다보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어렵다. 설비 하나를 갖추는 데만 5년이 걸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등 절차도 복잡하다.

안정화 작업에도 1년 반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일단 설비를 확보하고 나면 그 자체만으로 진입장벽이 된다. 이것이 바로 최소 4~5년간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셀트리온이 절대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셀트리온이 생산하는 단백질 치료제는 제약회사에 10㎏당 100억원에 팔린다. 금 1돈(3.75g)이 27만원이라면, 같은 무게의 셀트리온은 375만원이나 한다.

금보다 무려 14배나 비싼 제품이다. 그래서 셀트리온의 이익률은 경이롭다. 지난해 매출 1809억원에 영업이익 1066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매출 2800억원대에 영업이익 16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내년은 매출 3800억원, 영업이익 2200억원이 목표다.

10년 전 허허벌판에서 시작한 무명의 셀트리온. 회사 측은 과감한 설비투자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한다. 셀트리온은 설비투자에만 6000억~7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제품개발에 투입된 2000억~3000억원을 합치면 지금까지 깔아놓은 돈만 1조원에 육박한다. 바이오 신약의 밸류체인 중에서 '생산'에 특화하는 것이 위험을 줄이면서도 높은 진입장벽을 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통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임상, 승인, 생산, 판매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 몇 천 억원의 자금이 소요된다. 셀트리온은 이 같은 일반적인 과정보다는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길로 위탁생산(CMO)을 선택했고 CM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기술을 개발했다.

설비 다음으로 인재확보에 적극 나섰다. 당시에는 바이오시밀러 산업이 아시아에 없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20~30년 근무한 기술자들을 데려와 기술을 전수받았다. 젊은 직원들은 해외로 연수를 보냈다. 당시에 교육시킨 인재들이 지금 회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김형기 수석 부사장은 “바이오시밀러 진출을 선언한 삼성의 전략을 보면 셀트리온의 10년 전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전략이 성공적이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yeekin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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