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스마트 세상을 여는 열쇠"

남태우 한국도서관협회장 "도서관도 이젠 '스마트' 시대"

"도서관, 스마트 세상을 여는 열쇠"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말쑥한 차림, 흰 머리의 남자.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호탕한 웃음 소리를 내보이는 그는 전국 수 천 개 도서관과 수 천 명의 사서를 이끌고 있는 남태우(61ㆍ사진) 한국도서관협회 회장이다.

경력에 '도서관'이라는 단어가 수두룩한 그가 꿈꾸는 도서관은 '스마트'한 도서관이다. 단순히 똑똑해지는 '스마트'가 아니라 이용자의 욕구를 재빠르게 채워주는 '스마트'다. 대전에서 '제48회 전국도서관대회'가 열린 지난 19일 오후, 대회 현장에서 남 회장을 직접 만나 도서관의 미래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오후 2시부터 한 시간 동안 이어진 개회식과 수상식. 그리고 곧바로 있었던 만남의 자리까지. 3시간에 걸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내느라 지쳤을 법도 했다. 그런데 남 회장의 얼굴엔 힘든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대전 컨벤션센터 2층 내빈실에 들어서자 그가 특유의 호방한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간단한 인사를 건넨 뒤 도서관의 미래에 관해 묻자 막힘없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남 회장이다. 그는 "이번 48회 전국도서관대회의 부주제가 '미래 정보사회의 중심, 도서관의 스마트한 변화'인 것처럼 이젠 도서관도 스마트 시대를 맞았다"며 "도서관이 단순히 기술적으로 스마트해지는 게 아니라 이용자의 정보 욕구를 재빠르게 만족시켜주는 하나의 도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이어 "도서관이 보유한 콘텐츠를 어디서나 쉽게 접속해 찾아볼 수 있고, 굳이 도서관을 찾지 않아도 그 콘텐츠들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스마트 도서관의 첫 걸음"이라며 "머지않아 스마트폰이 책을, 그리고 도서관을 대신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의 도서관은 하나의 '공간'에서 벗어나 그 안에 담긴 콘텐츠를 사람들에게 빠르게 제공해주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스마트한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남 회장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제48회 전국도서관대회'에 참석한 2700여명이 함께 꿈꾸는 도서관의 미래다.

전국 도서관에서 모인 이들은 지난 19~20일 '스마트도서관을 열어가는 어린이 독서진흥 전략', '미래형 도서관 디지털 서비스 추진 방안' 등을 주제로 토론하면서 도서관의 미래를 그렸다.

남 회장은 앞으로 이어질 전국도서관대회를 특별하게 꾸려나갈 생각이다. 그동안 일반적인 주제로만 열려왔던 대회와 달리 이번 대회에선 인도 학자인 랑가나단(S. R. Ranganathan)의 도서관 이론을 조명하는 세미나를 준비했다.

내년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제 49회 전국도서관대회'에선 한국 도서관의 아버지로 불리는 박봉석씨에 관한 세미나도 할 계획이다. 한 가지 더, 박씨의 이름을 딴 도서관상도 만들겠다는 구상도 하는 그다.

그는 "일반적인 주제로 토론을 하는 것도 좋지만 도서관 사람들이, 그리고 도서관 밖에 있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영역을 더 넓힐 수 있도록 하나의 특별한 주제를 정해 향후 전국도서관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도서관협회 분류위원회 위원장, 한국문헌정보학교수협의회 회장 등을 지낸 남 회장이 도서관과 인연을 맺은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여름방학 동안 미국을 다녀온 국어 선생님이 "미국 도서관을 가보니 사서라는 직업이 미래에 주목할 만한 직업이 될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앞으로는 사서와 도서관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을 한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남 회장은 그렇게 중앙대학교 도서관학과에 입학했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서관학과 문학으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서관계에 발을 들인지 30여년. 지금도 도서관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한다.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 회장은 "우리 삶 어딜 둘러봐도 사서가 없는 곳이 없다"며 "도서관 뿐 아니라 정보를 정리하고 검색하는 업무가 필요한 병원 원무과, 은행, 언론 등까지 사서는 삶 곳곳에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상생활에서 사서, 나아가 도서관이 영향을 안 미치는 곳이 없다"며 "이런 사실만 보더라도 사서, 도서관이 미래를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말을 마치며 일어서는 남 회장의 어깨를 슬쩍 보니 자신감이 묻어 난다. '스마트'한 도서관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겠다는 그의 꿈은 머지않아 우리 눈앞에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희망이 엿보였다.



대전=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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