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찾는 뽀로로..국내 캐릭터 업계의 현실

제작사-유통사 간 해묵은 갈등
결과 어떻게 나든 업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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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최근 제기된 소위 '뽀로로 친부확인소송'은 국내 캐릭터 업계의 해묵은 갈등을 잘 보여준다. 그동안 캐릭터 소유를 두고 제작사와 유통사 간 갈등이 암암리에 존재해 왔다. 이번 소송의 결과가 어떻게 나든지 캐릭터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이달 초 뽀로로 캐릭터를 제작한 오콘의 김일호 대표는 최종일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했다. 김 대표는 "최 대표가 뽀로로의 실제 창작자인 오콘을 배제한 채 자신이 창작자인 마냥 활동하고 있다"며 "실제 창작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저작인격권 확인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2003년 첫 방영된 뽀로로는 오콘, 아이코닉스, EBS, SK브로드밴드 등이 공동 사업자로 참여했다. 뽀로로 캐릭터의 저작재산권도 이들 회사가 나눠 갖고 있다. 특히 아이코닉스는 뽀로로의 유통 사업자로서 기획.광고.마케팅을 전담해 왔다.

최 대표는 언론에 나가 자신을 뽀로로 창작자로 소개하거나, 국가가 부여한 상훈을 단독으로 수상했다. 자신이 뽀로로 창작자라고 생각하는 김 대표로선 참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몇 번 대화로 풀어보려다 잘 안돼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김 대표의 분노는 국내 대다수 캐릭터 제작사의 분노이기도 하다. 국내 대부분 캐릭터가 제작사-유통사 간 공동 소유로 이뤄진 가운데 유통사가 창작자인 것처럼 비춰져 왔다. 한 관계자는 "제작비가 10억원을 넘어가는 캐릭터는 모두 공동 제작으로 진행되는데 이름이 알려진 캐릭터는 대개 그렇다"며 "유통사가 앞에 나서서 캐릭터를 외부에 알리며 실제 제작사는 상대적으로 덜 조명을 받아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최 대표는 "오콘이 뽀로로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영상으로 만든 것은 맞지만 공동 작업을 한 것을 두고 '우리가 진짜 창작자'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아이코닉스 역시 엄연한 공동 사업자인 만큼 창작자의 한 축이라는 것이다.

또 최 대표는 "오콘이 주장하는 것처럼 아이코닉스가 모든 일을 다 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언론 인터뷰에서도 늘 공동 제작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혔는데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김 대표가 주장하는 저작인격권의 인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물을 만든 이의 인격적 이익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저작재산권과 다르다. 저작인격권이 중요한 이유는 저작재산권자가 저작물을 다시 만들거나 수정하려면 저작인격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즉 이번 소송으로 뽀로로의 저작인격권이 김 대표에게 돌아가면 최 대표는 앞으로 어떤 뽀로로 사업을 진행하든 김 대표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한 캐릭터 업체 대표는 "이번 소송의 판결은 향후 국내 캐릭터 업계가 대부분 그 영향권 내에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뽀로로의 저작인격권이 오콘 소유로 판결나면 다른 캐릭터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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