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한 이정수, 홀로 빛난 '페어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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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관중 폭행과 집단 난투극으로 얼룩진 수원과 알 사드(카타르)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막장’ 경기의 중심에서 가장 입장이 난처한 사람은 이정수(31·알 사드)였다.

이정수가 속한 알 사드는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칼판 이브라힘과 마마두 니앙의 연속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팀은 이겼지만 이정수는 친정팀 동료들과 현 소속팀 간의 집단 난투극이라는 믿기지 않는 장면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이날 경기에서 후반 35분 니앙이 비신사적인 플레이로 추가골을 넣으면서 양 팀 선수들은 몸싸움을 벌였다. 흥분한 관중이 경기장에 난입해 폭행의 빌미를 제공하며 난투극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정수는 난투극을 벌이는 팀 동료들을 말리다가 자발적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경기를 마치고 이정수는 “우리 팀 페어플레이에 문제가 있었다. 수원한테 공을 넘겨주려고 했는데 니앙이 골을 넣었다”며 “니앙에게 물어보니 선수 2명이 넘어졌는데도 수원은 계속 경기를 했다. 페어플레이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니앙의 골은 페어플레이에 위배되니까 수원에게 1골을 내주자고 했다. 하지만 동료들이 반대해서 언쟁이 있었다”며 “감독이 나를 교체시킬 것 같아 걸어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정수는 “카타르로 돌아가면 경기에 못 뛸 수도 있다. 알 사드 유니폼을 입고 수원 편을 들어 화가 난 사람들이 많다”며 “피해를 감수하겠다”고 전했다.한편 호르헤 포사티 알 사드 감독은 이정수의 행동에 대해 “이정수는 프로페셔널하다. 경기장에 있는 90분 동안은 우리 팀 선수다”라며 “이정수가 복잡한 심경일 것이다. 옛 클럽 동료를 상대로 경기했다. 그가 이번 일로 실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수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차분히 얘기를 나눠보겠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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