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街 점령을 넘어 보스턴·LA까지.. 확산되는 시위

부도덕한 금융계 규탄에 美시민들 속속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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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월가(街)의 부도덕함과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3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뉴욕을 넘어 미국의 다른 대도시에서도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3일 미국 CNN이 보도했다.

대학생 10여 명에서 시작된 월가 시위는 시간이 흐르면서 수천명의 대학생·단체 활동가·각계각층의 시민들까지 합세하면서 기세가 더욱 커졌다. 현재 시위대는 맨하탄 남부의 금융중심지에 아예 텐트까지 치고 거점을 만들었다. 치솟는 휘발유 가격에서부터 취약한 건강보험 문제, 월가 금융업체들의 탐욕스러움, 경제적 양극화, 경찰 폭력진압 규탄, 기후변화 대처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불만과 주장이 함께 어울려 터져나오고 있다.시위 참가자들은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 사태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월가 시위’도 7월 트위터의 ‘#occupywallstreet’ 란 이름의 해시태그를 붙이는 온라인 캠페인이 발단이었다. 9월부터 참여자들이 모이면서 본격적으로 동력을 얻은 시위는 불과 몇 개월 만에 뉴욕 중심가에서 시민 2만여 명이 모일 정도로 커졌다.

몇 차례 경찰측과 충돌을 빚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시위는 평화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1일 시위대가 뉴욕 브루클린 다리를 점거하면서 700명 이상이 연행된 것이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의 충돌이었다.

‘월가 시위대’의 특징은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슬로건을 아래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이들이 모였지만 명확한 조직이나 리더십은 없다는 것이다. 시위대가 ‘점령’한 곳에서는 잠깐 몇 시간 동안 나온 이들부터 수일간 ‘캠핑’중인 이들까지 가리지 않고 지금 돌아가는 사정, 공동의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 토론한다. 입장도 모두 제각각 다양하다. 로버트 시걸이란 이름의 뉴욕 시민은 “우리가 여기에 모인 이유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쟁취하려 하는지 성명을 만들기 위해 논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월가 시위에 공감하는 목소리는 뉴욕을 넘어 보스턴, 시카고, 로스엔젤레스까지 확산됐다. 지난달 30일에는 약 3000명의 시위대가 보스턴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건물을 에워싸고 주택가압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여 21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2일에는 뉴욕 공립학교 교사들이 시위에 나섰다. 시카고에서는 ‘시카고를 점령하라’라는 구호 아래 열흘째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로스엔젤레스를 점령하라’라는 웹사이트도 등장했다.

시애틀의 시위대는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우리의 시위는 지도자 없는 저항운동”이라면서 “피부색·성별·정치적 입장이 각각 다른 사람들이 모였지만, 이 사회의 1%의 부패와 탐욕을 더 이상 참고 보지 않을 99%라는 것이 우리의 한가지 공통점”이라고 밝혔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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