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김성훈 세계김치문화축제 추진위원회 위원장(72)은 전국 팔도를 무대로 활약 중인 김치전도사다. 김치를 국제식품규격표준(CODEX)으로 승인 받게 한 일등 공신인 그에게 강운태 광주시장이 위원장 자리를 제안한 것은 지난 2009년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농림부 장관을 지낸 그가 전관예우를 마다하고 무보수 명예직인 이 자리를 택한 이유는 남은 인생을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는 각오가 남달라서이기도 하지만 미국 유학 시절 김치를 소재로 연구논문를 쓰게 된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고 했다. 그의 오늘날을 만든 것은 오롯이 김치 덕분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 김치문화축제의 전도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1966년 하와이 동서문화센터(EWC)에서 유학하던 시절 그는 우연한 기회에 호놀룰루 시내의 한 슈퍼마켓에서 유리병에 담겨 팔리고 있는 '김치'를 발견하게 됐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김치 수요층이 한국인 교포만이 아니었다는 것. 한·중·일을 비롯해 앵글로색슨, 라틴계 사람들 모두가 유리병 김치의 주요 고객이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하와이의 김치수요 성격 분석'을 논문 주제로 잡아 하와이에 있는 김치공장과 슈퍼마켓을 모조리 다 찾아 다녔다. 그렇게 제출한 석사논문이 박사로 승급되면서 미국 하와이대학에서 농업자원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게 됐다. ▲왜 김치인가=김 위원장의 김치예찬엔 남다른 배경이 있다. 상당히 과학적이다. 김치 전문가답게 질문도 하기 전에 김치의 건강기능성부터 술술 풀어내기 시작했다. “김치는 인간이 개발한 발효식품 중 최고의 건강식”이라고 말문을 연 그는 “김치 속 유산균 함유량은 요구르트의 59배”라며 “김치는 살아 숨쉬는 음식”이라는 CODEX 의장의 말을 인용했다. 세계 김치대통령으로 통하는 카렌 휼백 CODEX 의장은 지난해 광주김치문화축제 기조연설에서 “김치는 우리 몸에 유익한 미생물이 '살아 있는(living)' 음식”이라고 언급했다. 휼백 의장의 이러한 관심은 '김치'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을 반영하기도 한다. 2006년 미국 건강 전문지 '헬스'는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김치를 선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3월26일 미국 NBC방송은 '우아하게 늙는 방법'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치를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의 저명한 잡지 '육체와 여명'의 편집장이 김치에 함유된 유산균이 항산화와 항암 기능이 높아 피부를 곱게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중·일 삼국 중 유독 한국 여성의 피부가 고운 것은 한국 여성들이 어렸을 때부터 김치를 매일 먹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할 땐 김 위원장의 엄지손가락이 치켜세워지기도 했다.
김치에 대해 누구보다 과학적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김 위원장은 2005년 12월 조류독감을 떠올렸다. 그는 “조류독감(AI), 사스(SARS)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 때도 한국만은 안전했다. 이에 주목한 한 국내 연구팀이 김치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검증해냈다”며 “김치 추출물인 'N2H5' 성분이 병원균을 죽이는 강력한 항생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김치로 조류독감과 같은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전라도 김치인가=김치의 다양한 맛을 내는 데 꼭 필요한 재료로 김 위원장은 전라도에서 나는 300여가지 젓갈을 꼽았다. 그의 김치예찬은 젓갈예찬으로 이어졌다. 새우젓이 들어가면 맛이 심심하고, 멸치젓이 들어가면 그 맛이 구수해 잊지 못한다는 것이다. 밴댕이젓은 또 어떤가. 시큼한 맛을 원할 땐 오징어나 낙지젓을 사용했다며 조상들의 지혜를 칭찬하기도 했다. 막걸리처럼 걸쭉한 맛을 더 느끼고 싶을 땐 황세기가 들어간 김치맛을 기억하면 된다고 했다.
김치 하면 전라도 김치를 떠올려야 한다고 강변하던 김 위원장은 저 남쪽바다 비금도에서 나는 소금, 천일염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3년 지난 간수를 빼고 나면 그 소금으로 담그는데 쓴맛이 나지 않고, 그 속에 담겨 있는 각종 미네랄은 건강함 그 자체라며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 일흔 노익장의 비결이 여기에 있다고도 했다. 지역별로 전례의 맛이 있겠지만 광주 지방은 해마다 김치 명인이 나오는 김치의 종갓집이다. 그는 “광주김치의 최고봉은 무등산 아래에 있는 전북식당인데, 그 맛의 비결은 무려 5가지의 젓갈을 섞어 사용하는 것”이라며 전라도 김치의 세 번째 성공비결로 전라도 특유의 황토밭을 거명했다. 이 황토밭에서 나는 배추는 수분 함량이 가장 이상적이라 3년까지 묵혀도 아삭아삭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치의 세계화·산업화를 위한 준비 끝냈다=다음 달 15일부터 열리는 세계김치문화축제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준비하는 것은 바로 김치의 산업화와 세계화다. 이를 위해 광주김치문화축제를 전 국민의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기치로 가장 전라도적인 김치를 내세워 가장 한국적인 김치로 키워내고 그 여세를 몰아 세계로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세계화에서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현지 시장을 따라가는 '로컬화'인데 김 위원장은 이것이 대단히 잘못된 오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 고유의 특색을 한껏 살린 가장 전라도적인 김치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의 조기 정착을 위해 몇 가지 새로운 전략을 구상 중이다.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북미인과 영국인을 위해 김치마다 맵고 부드러운 정도를 표기하는 방안과 100종이 넘는 김치를 전략적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치를 담는 '용기'에도 전략을 구사할 계획인데 김 위원장은 '락앤락'과 같은 투명용기에 담아 내용물이 전부 보이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음식은 보기 좋아야 먹기도 좋다는 것이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바로 '문화'다. 그는 “음식은 뇌가 먼저 판단하고 먹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야 소비가 이루어진다”며 문화로 인한 뇌의 감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광주김치축제'가 '세계김치문화축제'로 이름을 바꿔 성공한 축제가 된 비결이라는 것이다. 김치문화를 이끄는 전도사답게 그는 인터뷰 말미에 기자를 자신의 집에 놀러오라고 초청했다. 3년 지난 간수를 이용해 직접 황토밭에서 골라온 광주 갓김치를 담아두었는데 벌써 5년이 지났으니 베풀 때가 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대담=황석연 사회문화부장
정리=조유진 기자 tint@
사진=이재문 기자 moon@
조유진 기자 tin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