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2인자의 지혜를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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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세상에 '인(仁) 사상'을 널리 알린 공자. 그가 입이 닳도록 칭찬한 인물이 있다. 정나라의 현신(賢臣)으로 꼽히는 자산이 그 주인공이다.

공자는 자산에 대해 '신하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모든 덕목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논어'의 헌문편을 보면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 나온다. '정나라는 외교문서를 만들 때 먼저 비심이 초안을 만들고, 유길이 그 내용을 검토하고, 자우가 이를 다듬고, 마지막으로 자산이 윤색하여 완성했다'는 부분이 그것이다. 비심과 유길, 자우는 모두 자산이 세운 사람들로, 인재를 고루 등용해 나라를 잘 다스린 자산을 칭찬한 내용이다. 자산은 제나라의 지신(智臣)으로 불리는 관중처럼 왕실을 보호하고 적의 침입으로부터 중원 문화를 지키는 대업을 이루진 못했지만, 나라를 잘 다스리고 백성을 평안하게 했다는 점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기원전 524년 5월, 큰 바람이 불어 송나라와 위나라 등에서 화재가 일어났을 때 많은 신하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말했지만, 자산은 제사를 지내는 대신 불길을 잡고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세금을 면제해주는 등의 정책을 펴고 나섰다. 정치와 도덕을 분리하는 과감한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다.

이 외에도 자산은 형벌조항을 처음으로 공개 선포했으며, 농민들을 병사로 동원해 신분제한을 없앴다. 자산은 또 정나라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진나라와 초나라의 내정을 자세히 살펴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뒤 절묘한 균형의 외교를 이뤄냈다. 신동준 21세기 정경연구소 소장이 쓴 '위기의 순간, 나라를 살린 臣의 한 수'엔 자산과 관중을 비롯한 유능한 2인자의 얘기가 알차게 들어 있다. 지금은 사람을 부리는 데만 익숙한 1인자의 지혜보다 사람을 섬길 줄 알았던 2인자의 지혜가 필요한 때라는 게 신 소장의 말이다. 제나라의 관중, 초나라의 손숙오, 제나라의 안영, 오나라의 오자서, 월나라의 범리, 진나라의 상앙, 조나라의 인상여 등의 이야기는 진지하면서도 흥미롭다.

위기의 순간, 나라를 살린 臣의 한 수/ 신동준 지음/ 북클래스/ 1만5000원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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