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은의 달구벌일기·끝] 런던아 기다려라!



[장예은의 달구벌일기①] 저, 태극마크 달았어요!
[장예은의 달구벌일기②] 나의 우상을 만나던 날!
[장예은의 달구벌일기③]두근두근, 그날이 다가옵니다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이제 곧 끝난다. 나의 첫 국제대회는 그렇게 막을 내리게 됐다. 솔직히 나는 뛰지도 못했고, 우리 계주팀이 메달을 따거나 좋은 성적을 거두지도 못했다. 그래도 마냥 아쉽지만은 않다. 너무 많은 걸 얻었기 때문이다.

여자 1600m 계주 예선이 열린 2일 오전. 감독님이 경기에 나설 주자들을 호명했다. 우유진, 이하니, 박성면, 오세라. 내 이름은 마지막까지 불리지 않았다. 살짝 서운하고 아쉬웠다. 하지만 곧 머리를 흔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우리는 한 팀이잖아.' 경기에 나서는 동료들에게 힘을 주고 파이팅을 외쳤다.

관중석에 앉아 레이스를 지켜봤다. 목이 터지도록 소리를 지르며 응원했다. 하지만 기록은 3분43초22. 결승 진출도, 한국기록 경신도 실패했다."잘했다"며 선수들의 등을 두드린 후 같이 선수촌 식당으로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갑자기 경기에 뛰었던 동생들이 울기 시작한다. 미안하다고. 언니 대신 나섰던 경기, 더 좋은 기록을 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미안하다고 운다. 외국 선수들이 무슨 일인가 흘끗흘끗 쳐다본다. "야, 내가 뛰었으면 훨씬 더 못뛰었을 거다!" 괜히 큰소리를 치며 위로했다. 그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곧바로 짐을 싸서 선수촌을 나왔다. 그런데 또 우연찮게 내가 좋아하는 미국의 산야 리처즈-로스를 만났다. 1주일 전 선수촌에서 처음 만났던 산야는 나를 기억하는 지 너무나 반갑게 맞아줬다. 산야가 속한 미국 여자 계주팀은 결승에 오른 뒤였다.(미국은 3일 오후 결승서 대회 3연패에 성공했다)

산야에게 대구 대회 기념뱃지를 선물로 줬다. 산야는 너무 고마워 하며 "나는 준비한 게 없는데 미안해서 어떡하냐"고 했다. "이미 제게 많은 걸 줬잖아요." 산야는 웃으며 "다음에 꼭 만나자"고 하고는 나를 안아줬다. 속으로 그게 내년 런던올림픽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경산으로 향했다. 8일 태백에서 시작되는 실업육상대회와 10월 전국체전 준비를 위해서다. 하루의 휴식도 없이 바로 훈련을 시작했다. 경기를 안뛰어선지 몸이 너무 좋다. 동료들도 내게 "컨디션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아뿔싸. 바로 다리에 경련이 왔다. 너무 무리했나보다. 무리는 금물이다. 런던올림픽까지 차근차근 나아가기 위해선 마음보다 몸이 앞서면 안된다.

태극마크를 처음 달고 참가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치 꿈을 꾼 듯 하다. 하지만 분명 많은 걸 배웠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레이스를 지켜보며 내가 할 일이, 그리고 내게 육상이 어떤 의미인지 더 분명히 깨달았다. 세계 최고의 육상선수가 되는 것. 내 꿈은 그렇게 더 확실해졌고 꿈을 이루는 나의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래, 다시 시작이다. 런던아, 기다려라!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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