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싶은' 청소년 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모(17)군. 성적이 중상위권이었던 김군은 '명문대 진학'이라는 심리적 부담에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부터 자기도 모르게 친구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외톨이처럼 혼자 지내는 시간이 갈수록 많아졌다. 사정을 모르는 부모님은 학업 문제로 김군을 계속 압박했다. 점점 더 마음을 닫아가는 김군을 두고 같은 반 친구들은 "애가 이상해졌다"고 수근거렸다. 가뜩이나 내성적인 김군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곳은 없었다. 김군은 지난해 부모님 몰래 정신과를 찾았다. 병원에서 우울증 같다는 말을 듣고 약을 처방받은 그는 자신이 우울증 환자라는 생각에 더욱 처절한 기분만 느끼게 됐고 결국 문구용 칼로 손목을 그었다. 죽고싶었기 때문이다. 자살시도는 미수에 그쳤다. 담임선생님이나 친구들, 부모님은 이 사실을 아직도 모른다.

김군처럼 '죽고싶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청소년상담원(원장 구본용ㆍ이하 상담원)이 2008년 이후 청소년들의 자살관련 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다. 24일 상담원에 따르면, 2008년 1건에 불과했던 자살관련 상담사례는 2009년 23건으로, 지난해 55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약 30건은 이미 자해를 시도해본 경우였다는 게 상담원 설명이다. 김군도 여기에 포함된다.

상담원은 자살을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주로 ▲학업부진 ▲부모와의 불화 ▲대인관계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며, 죽고싶은 마음을 어떻게든 억제해보려고 고민 끝에 상담을 신청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대다수는 본인이 마주한 상황이나 여기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잘 몰라 한 쪽으로만 생각을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는 게 상담원의 분석이다.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진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같은 상황을 두고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다르다는 말이다. 상담원의 이영선 상담교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청소년의 경우 어떤 상황에 마주했을 때 '아무것도 없겠구나, 이게 끝이구나'라는 생각에 딱 그 부분 밖에 보지를 못해 인지조망이 좁아지면서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수가 많다"고 말했다. 시험 성적이 잘 안나왔을 때, '앞으로 공부를 더 많이 해봐야겠다', '전에 점수를 잘 받은 적도 있지 않나'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점수가 이정도라면 대학은 떨어진 거네'라고 단정짓는 경우가 한 가지 예다.

이 교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즐길거리가 있게 마련"이라면서 "청소년들도 자기가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 중요하며 이것이 많을 수록 어려운 상황을 견디기가 조금 더 쉬워진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힘이 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에 관한 정보를 숙지해두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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