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전셋값..집값 상승 뇌관 되나 ?

전셋값 50% 치밀어 올라도 집값 부동

[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서울ㆍ수도권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전셋값이 매매가를 거세게 밀어올렸던 지난 2001~2002년 상황을 재연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0~2002년 전국 전셋값은 10.1~16.4% 씩 올라 2002년 아파트값을 무려 22.8%(서울 30.8%)나 밀어올렸다. 즉 전셋값이 집값 상승 뇌관으로 작용한 것이다. 최근 서울 25개 자치구 중 14곳의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가의 절반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이 50%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전셋값은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는데 집값은 제자리 걸음 또는 뒷걸음질친 결과다. 이에 상승 변곡점 논쟁이 새롭게 점화된 양상이다.부동산 업계에서는 전세 수요자가 매매로 돌아서는 변곡점을 통상 '전세가율 60%'로 잡는다. 전세가율이 60%를 넘으면 전세를 끼고 내집 마련에 나서는 수요가 늘면서 집값도 덩달아 오른다는 것이다.

서울ㆍ수도권 전셋값이 치솟자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주로 전셋값 비율이 60~70%를 넘는 아파트 단지에서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 종암2차 아이파크 59㎡ 전셋값은 2억1500만원 선으로 집값의 66%에 달한다.

그러다보니 최근 이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다가 계약 만기가 다가오는 세입자들을 비롯해 아예 집을 사겠다며 매매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의 설명이다.산본신도시 매화주공 14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전셋값 상승분을 부담하느니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문의하는 전화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많이 꺾인 상태에서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 주택 보급률이 110%를 웃도는 상황에서 전셋값이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전형적인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계 요인으로 자금 여력 부족, 보금자리 구입 대기, 경기 불황 등이 꼽힌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늘면 집값도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내놓는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올 하반기 전셋값은 재개발ㆍ재건축 이주 수요 증가로 더욱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라며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가 늘면서 집값도 상승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cho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