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달러페그제 논쟁 재점화

美등급 강등 후 외환시장 변동성 커져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중동 산유국들에서 달러 페그제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후 달러 변동성이 커지자 달러에 연동된 중동 국가들의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산유국들의 경우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면 수입 비용 증가와 자국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두바이 투자은행 EFG-헤르메스의 모니카 말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가 강세일 때에는 페그제가 잘 작동해 GCC 경제를 단단히 하고 물가를 낮게 유지시켜 주지만 달러에 대한 전망이 약해질 때에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GCC 국가들이 좀더 유연한 통화정책으로 옮긴다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8년에도 미국 신용등급 강등설이 제기되면서 달러 페그제에 대한 논쟁이 불붙은 적 있다. 당시 중동 국가들은 약달러로 인한 두 자리수 물가 상승률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쿠웨이트는 2007년 중동 국가 중 처음으로 달러 페그제를 포기했다. 당시 쿠웨이트는 달러 페그제를 포기하고 자국 통화인 디나르화를 복수의 통화 가치에 연동하는 바스켓 제도를 도입했는데 다만 바스켓 제도에서도 여전히 달러에 대한 비중을 크게 가져갔다. FT는 최근 달러 페그제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지만 중동 산유국들이 당장 달러 페그제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말릭은 최소 2년간은 달러 페그제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쿠웨이트의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하우스는 "물가 압력을 고려하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GCC 국가들의 페그제 포기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킬 것"이라면서도 "(달러 페그제 포기는)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이며 고려해야 할 다른 중요한 문제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시장 일각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바레인 등이 달러 페그제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양국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UAE 중앙은행은 지난달 말 "달러 페그제는 확고하고 일관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바레인 중앙은행도 지난주 달러 페그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다만 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달러 페그제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기관 자드와 인베스트먼트의 폴 갬블 리서치 대표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달러 페그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갬블은 사우디아라비아 수입에서 신흥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46%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들 신흥국가들의 통화는 상대적으로 달러에 대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약달러가 사우디아라비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올해 각각 7.5%, 3.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은 각각 6%, 4.5%로 예상했다.

한편 FT는 단일 통화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가 단일 통화를 달러 가치에 연동시킬 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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