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못 맞춘 '드라이피니시 d', 즐겨 못 찾는 '즐겨찾기'

'1등병'에 취한 하이트-진로의 굴욕
- 신제품 점유율 바닥권
- 유명무실 브랜드 전락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국내 맥주와 소주시장에서 각각 1위인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심상치 않다. 두 회사는 지난 몇 년간 실적 부진과 점유율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최근 경영진 전면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특히 야심작으로 선보인 하이트맥주의 '드라이피니시d'와 진로의 '즐겨찾기'가 바닥을 헤매는 성적을 보여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거의 없을 정도라는 평가다.

11일 관련 업계 및 주류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하이트맥주가 지난해 8월 첫 선을 보인 '드라이피니시d'의 출시 1주년 성적 기상도는 '먹구름'이다. 출시 당시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맞도록 맥주맛을 완성한 제품'이라며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출시 첫 달 27만 상자를 출고했으며 수출을 제외하고 올 5월까지 최고 29만 상자의 출고량을 기록해 30만 상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4월 오비맥주가 선보인 '카스라이트'가 같은 기간 동안 3번 이나 30만 상자를 넘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드라이피니시d'의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10월 한 차례 2%에 올랐을 뿐, 올 5월까지 1%대의 초라한 실적에 머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맥주가 3년 만에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마케팅에 전력을 쏟아 부었지만 투자한 비용에 비해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다"면서 "소위 말하는 '밀어내기 영업'을 제외한다면 출시 1주년이 된 현재의 성적이 '드라이피니시d'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평가"라고 말했다.

진로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진로가 저도주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12월 선보인 15.5도 짜리 '즐겨찾기'의 출고량은 출시 첫달 11만6000상자를 기록했을 뿐, 이후 점차 물량이 뚝뚝 떨어지며 올 들어 3월부터 5월까지 1만 상자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즐겨찾기'가 지난 2008년 9월 선보였던 해양심층수 함유 소주 '진로 제이'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당초 이 제품은 알코올도수 19.5도의 'J'라는 이름으로 출시됐으나 시장 반응을 얻지 못하자 6개월 만인 2009년 3월 '진로 제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도수도 18.5도로 1도 더 낮춰 선보였다. 하지만 지속적인 판매 부진 속에 지난해 8월부터는 출고되지 않아 사실상 단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로 제이'는 대형마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업소에서만 기존 출고된 수량만이 간간이 판매되고 있는데 그나마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의 반품량만 230상자에 이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진로가 지난해 12월 국내 최저도주인 15.5도의 '즐겨찾기'를 선보이며 저도 소주시장에 본격 뛰어들었지만 지나치게 낮은 도수 때문에 소주 애호가들 사이에선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류산업협회 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출시 첫 달을 제외하고는 점차 출고량이 줄어들고 있어 자칫 '진로 제이'처럼 유명무실한 브랜드로 전락할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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