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간 24시간

증권사 영업지점, 개인 투매에 순식간에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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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미국 신용등급 강등 악재에도 오전장은 의외로 차분했어요. 하지만 점차 매도 물량이 늘고 오후 1시 전후로 개인 투매가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버렸습니다."(A증권 지점 영업직원)

지난 6일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증시가 '블랙 먼데이'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수의 거침없는 내리막 질주에 코스피, 코스닥 모두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면서 투자자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8일 오전 각 증권사 지점들은 전투 채비에 나섰다. 장이 열리지 않은 주말동안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한단계 강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은 불보듯 뻔했기 때문.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오전 일찍 일제히 긴급회의에 돌입했다. 지점 영업부 직원들은 개장후 혹시 모를 매도 폭탄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오전 9시, 코스피는 전날보다 27.18포인트(1.40%) 내린 1916.57로 비교적 순조롭게 출발했다. 주말 메가톤급 악재가 터진 데다 지난 사흘동안 2~3% 이상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한 셈이었다.오전 코스피는 한동안 1900선에 머물며 안정을 찾는 듯 했다. 한때 코스피가 반등하면서 한켠에선 기대심리까지 피어올랐다. 김명신 신한은행 도곡PB센터 팀장은 "빗발치는 매도 전화속에서 간간이 매수 시점을 문의하는 전화가 걸려왔다"며 "고액자산가들은 매수 타이밍을 적극 문의해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직원들에게 서서히 안도감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도 잠시. 코스피는 외국인 매도세에 낙폭을 2% 키우더니 11시 26분 1900선이 붕괴되면서 거침없이 무너졌다. 불안감이 가중된 개인들도 '팔자'에 적극 가담하면서 오후 1시가 지나자 1800선까지 위협당하는 급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코스피·코스닥 추락에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일제히 발동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투자자들의 표정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한 증권지점을 찾은 투자자는 "원래 지난주 초에 매도에 나설 계획이었는데 한발 늦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투자증권 이정아 광명지점장은 "1900선이 붕괴되면서 장중 분위기는 180도 돌변했다"며 "종목에 대한 대응은 거의 없었고 전 직원들이 전화기를 붙들고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에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후 기관이 6424억원, 연기금이 4079억원 순매수로 지수 하락 방어에 나서고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줄였지만 이미 '블랙먼데이' 충격은 시장을 강타한 뒤였다. 8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4.30포인트(3.82%) 하락한 1869.45에 장을 마감했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팀장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데는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들의 로스컷(손절매)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문형 랩의 손절매 물량이 개인으로 잡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 증권사 지점 영업직원은 "증시 급락 충격에 영업지점은 그야말로 전쟁모드였다"며 "1800선까지 무너질 조짐을 보이자 지점을 찾아와 우는 고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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