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국내 대형銀, 외화유동성 최소 20억弗"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국내 시중은행들이 최소 10억달러대에서 많게는 20억달러대의 외화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미국 국채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에 대비해 국내 은행들에게 3~6개월을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외화 안전자산을 확보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앞으로 국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유동성 부족에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8일 금융감독원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은 소형 은행의 경우 최소 10억달러, 대형 은행은 20억달러 이상의 안전자산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위기사태를 대비해 금융당국이 몇 달 전부터 시중은행들에게 고 유동성 외화 안전자산을 확보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은행들은 당국의 지시에 따라 1년 이내의 단기대출은 줄이고 1년이상 중장기 대출을 늘리는 방법으로 지난 5월 52.4%였던 중장기차입 차환율을 6월중 110.4%, 7월중 190%로 늘렸다.

또 농협이 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채권을 발행했고, 하나은행도 300억엔(약 4억달러)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는 등 채권시장을 통해서 외화 유동성을 확보했다. 국내 은행의 다른 유동성 지표들도 이미 당국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7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 비율은 101.4%로 당국의 지도비율(85%)을 16.4%포인트 초과하고 있는 것. 지난 2008년 위기 요인으로 지적됐던 예대율도 98%로 100%를 하회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3개월 정도는 (안전자산을) 자력으로 구할 수 있는 정도"라며 "2008년 리먼사태 당시 예대율이 112%를 기록했던 것과는 달리 (건전성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모건스탠리ㆍ노무라증권 등이 한국 은행들의 유동성 리스크가 아시아내에서 가장 크다며 연일 위기를 경고하고 있지만, 이는 괜한 '문제 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러나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불구, 당국은 여전히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간부들을 불러 외화유동성 확충을 지시하고 "은행들에게 3번이나 당했다"고 경고했다. 은행들이 안전자산 확충에는 무관심하다 정작 위기가 오면 정부에 손을 벌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금융위기 경험을 토대로 '은행 말만 믿지 말고 점검하라'는 뜻을 전달한 것"이라며 "은행들이 (자금이)들어오는 쪽만 생각하고 나가는 쪽은 생각을 덜 했을 수도 있는 만큼, 한층 강화된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자금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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