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0% 덜 받는 '6두품 은행원' 5600명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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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지난해 한 시중은행에 입사한 박유진(가명)씨는 연봉 얘기만 나오면 목에 핏대를 세운다. 신입행원이라는 이유로 연봉 깎이면서 불만은 극에 달했다. 박씨는 "힘없는 신입행원을 희생양으로 삼는 정부가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어렵게 국책은행에 입사한 정성유(가명)씨도 마찬가지 불만을 갖고 있다. 곧 원상회복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벌써 3년째다. 상대적 박탈감만 커졌다.선배은행원들보다 연봉을 20% 덜 받는 '6두품 은행원'이 7월 현재 56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마찬가지로 연봉이 깎인 금융 공기업을 포함하면 금융권에서만 그 숫자는 6000명을 넘는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우리 경제가 휘청거렸던 2009년 초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 방안으로 공공기관의 대졸초임삭감 조정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금융 공기업은 2009년부터, 시중은행은 2010년 초 사령장을 받은 신입행원부터 연봉삭감을 적용했다.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 호응한다는 차원에서 신입행원을 많이 뽑았던 농협중앙회(1200명)나 신한은행(1050명)의 경우 6두품 은행원 숫자가 특히 많다.금융권에서는 올 하반기 채용이 끝나면 연봉삭감 은행원 숫자가 8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입행원 연봉을 원상회복한 곳은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이 유일하다. 전북은행은 이달 급여부터 회복된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초 노동조합과 연봉 회복에 합의했으나 시행하지 못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신입행원의 연봉삭감이 비용절감 효과보다는 기업문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실(失)'이 더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눈치를 보느라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김민진 기자 asia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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