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과서' 학교를 이렇게 바꾼다

디지털교과서로 수업 중인 구일초 학생들

디지털교과서로 수업 중인 구일초 학생들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지식정보의 양은 2020년이면 불과 73일마다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1900년대 초반에는 50년이 걸려야 가능했던 일이다. 이렇게 급속히 짧아지는 지식 교환주기는 오늘의 지식이 내일이면 쓸모없는 것이 되게 만든다. '만드는 순간부터 틀린 교과서'라는 말이 틀린 얘기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오는 2014년까지 초ㆍ중ㆍ고교의 모든 교과서를 디지털로 바꾸기로 했다. '디지털 교과서'로 통칭되는 이 미래형 교과서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이 교과서는 학교와 학생들을 어떻게 바꿔놓게 될까.

◆ 언제, 어디서나 '접속'만으로 맞춤형 교재에 접근=디지털 교과서를 준비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원장 천세영)은 2014년 이후에도 계속 진화할 디지털 교과서가 어떤 스마트 기기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형태의 교재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는 자유롭게 내려 받아서 쓸 수 있다. 음악, 고화질 사진,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자료가 함께 첨부되는 것은 물론이다. '책'이라는 형태와 분량의 제약이 없으므로 학생들의 수준에 맞춘 수준별 교재가 다양하게 제공돼 학생 개개인의 역량에 적합한 맞춤형 개별학습을 돕게 된다. 학생들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컴퓨터나 스마트 패드, 스마트 폰 등을 들고 학교에 등교할 전망이다. 자신의 아이디로 로그인하게 되면 보던 교과서, 필기해둔 교과서를 그대로 내려 받을 수 있다.◆ 교과서를 대신할 태블릿 PC=디지털 교과서 연구학교인 서울 구일초등학교(교장 윤택중)에서는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각자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 PC가 학교에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태블릿 PC로 디지털 교과서에 접속하면 수업시간에 배우는 교과내용과 참고서, 문제집, 멀티미디어 자료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다. 디지털교과서로 수업하면서 학생들은 과학실에 가지 않아도 실험을 실제처럼 진행한다. '자기장'에 대해 배우는 과학수업 시간에 학생들은 실제 자석과 나침반을 놓고 실험해보는 대신 컴퓨터 화면에서 터치펜으로 자석을 클릭해 이리저리 움직이며 실제 실험과 같은 효과를 누린다. 실제와 똑같은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것이다.

과학 실험뿐만 아니라 가본 적이 없는 문화재 답사도 스마트 러닝으로 가능해진다. 신라의 문화재에 대해 배우는 사회수업 시간에 학생들은 노트를 꺼내는 대신 태블릿PC를 펼쳐 준비해 온 수업과제를 스크린으로 전송한다. 학생들이 준비해온 첨성대, 다보탑, 불국사 등의 자료가 화면에 나타나자 이를 살펴보던 선생님은 "각 문화재의 위치를 찾아보자"며 구글 어스(google earth)로 검색을 시작한다. 그러자 곧 문화재가 담긴 위성사진이 스크린에 펼쳐지는 식이다.

이런 모습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디지털 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므로 쉽게 점치기 어렵지만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를 통해서도 '접속'할 수 있는 것이 디지털 교과서의 기본"이라면서 "디지털 기기는 차례로 공급돼 학생들은 일부 '서책형 교과서'와 스마트 패드를 함께 활용해 공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준별ㆍ맞춤형 수업의 근간… = 학생 성장 과정도 손쉽게 기록=디지털 교과서는 물리적인 제약이 없으므로 풍부하고 다양한 수준별 교재를 제공할 수 있고 빠른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점을 교과부는 강조한다. 학생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수업이 가능해진다는 점이 디지털교과서의 최대 장점이라는 것이다. 지난 12일 찾은 인천의 해송고등학교(교장 양재영). 교과교실제를 운영하고 있는 이 학교는 학생들을 총 16개의 수준으로 나눠서 수업을 진행한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수업 시간마다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춰서 반을 옮겨 다니며 수업한다. 교과부는 2014년부터 이 같은 교과교실제를 모든 학교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학교에서는 현재 수준별 교과서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평가 역시 하나의 기준으로 실시해야 한다. '수준별 수업'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수준별 교재와 평가 시스템인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교과서다.

교과부 관계자는 "산업 사회에서는 표준화되고 일률적인 지식의 '주입'이 의미가 있었지만 이제 정보와 지식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고 또 개인별로 필요한 지식이 다르다"면서 "물리적 제약이 없는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다양한 수준과 요구에 맞춘 학습 자료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평가를 통해 평가에서도 수준별 평가 개념을 도입할 것이며 이를 위해 현재 초등학교에서만 시행 중인 절대평가를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생 개개인에게 스마트 기기가 지급되고 전산으로 학습상황과 평가결과가 관리되면 초ㆍ중ㆍ고등학교에 걸쳐 누적되는 학생의 종합적인 성장과정 역시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교육당국의 판단이다.



김도형 기자 kuert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