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녀' 만드는 사람들

스타일리스트가 과자와 음료까지 결정한다

[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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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스타일리스트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김성일과 정윤기가 있다. 그들은 통화 연결이 쉽지 않을 정도로 바쁘다. 월요일에 메모를 남겨두면, "목요일에나 긴 통화가 가능할 것 같다"라고 답변이 돌아온다. 정윤기 역시 통화 연결이 되더라도 수화기 너머 부단한 대화와 걸음 소리, 문 여닫는 소리를 듣게 된다. 고단하면서도 화려한 일, 푸드스타일리스트나 소위 영화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미술 감독이나 시간에 분투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여러 분야에 활약하는 그들을 스타일을 완성한다는 의미에서 '스타일리스트'라 통칭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패션 스타일리스트요, 그 가운데서도 최근 이슈가 된 것이 '시크릿 가든'의 현빈이다. 강윤주 스타일리스트의 트레이닝복은 애완견을 위한 변형 디자인으로까지 발전하며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오래도록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이런 경우, 현빈 캐릭터에 큰 공을 세우다 못해 붐을 일으켰으니 스타일리스트의 위력을 실감할만한 가장 적절한 예가 아닐는지.

때로는 디자이너 정구호가 가세해 스크린 속 미려한 의상들로 영상미에 일조한다. 이들의 작업은 언제나 집중, 예산 및 시간과의 싸움,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담보한다. 보다 장기적인 영화와 달리 TV 드라마의 경우, 보다 속도전에 가깝다. 대본이 나올 때마다 의상을 준비하지만 먼저 시놉시스에 따라 배우의 이미지와 캐릭터를 접목시켜 스타일을 고려한다. 이것엔 헤어스타일이나 메이크업에서 과자까지도 포함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로 최근 '최고의 사랑'에서 열연한 배우 차승원은 새로운 '완판남'으로 등극했다. 이것이 가장 성공적인 스타일링의 결과다. 담당 스타일리스트의 전언에 따르면, 독고진이 신은 브랜드 레페토와 몸에 걸친 발망 등의 아이템들은 노출되는 족족 완판 행진이었다고 한다.

최근 스타일리스트의 영역은 보다 전문적인 개인 스타일리스트로 발전하고 있다. 스타의 모든 패션 스타일을 책임지는 것인데, 이것엔 공항 패션까지도 포함된다. ‘공항 패션 완판녀’의 대표주자라 할 배우 고소영은 가격이나 브랜드, 디자인에 관계없이 모든 아이템을 품절시키는 존재다. 그녀의 개인 스타일리스트로 활약하는 정윤기는 "고소영 지방시 가방, 셀린느 가방 등의 별칭이 붙으면 매장에서 제품을 찾기 어려워진다. 심지어 고소영은 파리에서도 그녀의 이름을 알 정도다."라고 귀띔한다. 유명 배우와 함께 등장했다고 해서 모든 제품이 판매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유난히 카메라에 많이 잡힌 제품이라 해도, 문의만 빗발치고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를 들어, 어느 수입 가구 마케팅 담당자는 이러한 연유로 방송, 영화 협찬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즉각적인 판매로 이어지는 패션 스타일링의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바쁜 만큼, 시청자의 눈은 반짝거린다.



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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