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개주인들..강아지에 세금 매기는 속내는?

[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개ㆍ고양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병원 진료비에 10%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강행키로 하자 수의사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수의사회는 동물보호단체들과 연합해 법 시행을 열흘 앞둔 21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2000여명을 모아 시위를 벌이고 간부진의 삭발식까지 단행했다.

기획재정부는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부가세 부과로 130억원(대한수의사회 추산 70억원) 의 세수를 더 걷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가세 제도 자체가 없는 미국과 전문직에 부가세 과세를 않는 대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이미 과세를 하고 있어 국제적 흐름에도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또 "사람과 달리 동물은 건강보험제도가 없다"는 수의사단체와 동물보호단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세계 어디에도 동물에 공공보험을 운영하는 나라는 없고, 사보험은 이미 시장에 나와있다"고 말했다.그러나 정부와 수의사단체 간 다툼의 진짜 속내는 '세원노출'에 있다. 정부가 과세를 하는 과정에서 수의사의 소득이 투명하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수의사들이 임의로 동물진료비를 책정하고 있어서 '부르는 게 값'이다. 정부가 말하는 '공평과세'의 속뜻인 것이다.

수의사회는 진료비 전체가 아닌 '표준수가'에 해당하는 만큼만 과세를 하자고 대안을 내놓고 있다. 김옥경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부가세 부과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표준수가가 정해지고, 동물보호법제가 완비된 후 하자는 뜻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회가 막상 표준수가를 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일선 수의사들이 반발이 심해서다. 김옥경 회장 역시 "수가를 중요정보로 고시하려면 의견 수렴등 여러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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