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웃이 성범죄자" 첫 통보 받는 주민들 반응은?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경기도 하남시 OO동. 2만5777가구에 6만7351명이 사는 이 마을에 오늘부터 법무부 장관이 보내는 낯선 우편물이 배달되기 시작한다. 우편물에는 지난달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죄(주거침입강간 등)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함께 3년 간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 명령을 선고받은 남성 A(37)씨가 이웃에 거주하고 있다는 경고의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지역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지영희씨는 편지를 받아들자 "무서워서 같은 동네에 어떻게 살아요. 다 도망가야지" 라며 펄쩍 뛰었다. 하지만 고지서가 단지 경고장 수준이 아닌 사진, 이름, 나이, 주소와 실제 거주지, 키와 몸무게, 성폭력 범죄의 요지 등을 모두 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는 게 약이라지만 그래도 누군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피해 다니고 조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뜸 "이제 그 사람 인생은 끝났다"는 말을 덧붙였다. 인근 주민들로부터 경계심을 넘어 항의가 잇따르면 결국 거주 지역을 옮길 수밖에 없으리란 판단에서다.

법무부는 지난 4월16일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제도의 시행 이후 이날 처음으로 성범죄자가 사는 지역의 이웃 세대에 '신상정보 고지서'를 우편으로 발송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해당 고지서는 대상 범죄자가 사는 읍·면·동 지역의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자녀로 둔 주민들을 대상으로 발송된다.

주민들은 '불안해도 아는 게 낫다'며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지만, 한편에서는 도저히 불안해서 하루하루 살기 힘들 것 같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11살짜리 딸을 둔 박 모(35)씨는 "늘 아이의 등하굣길을 함께 하는데도 불안한데 성범죄자와 한 동네에 산다니 무섭고 끔직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웃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고지 자체가 불안감을 키운다는 것이다. 슈퍼를 운영하는 이 모(65)씨 역시 "바로 옆집에 성범죄자가 살 수도 있는데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게 낫지, 불안해서 살 수 없을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둔 김 모(38)씨는 "어린 딸에게 범죄자 사진을 보여주고 인지시킨다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며 "오히려 어른들에 대한 적개심과 불안감만 키우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로써 치뤄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10년간 일어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피해자의 평균 연령은 13세로 피해자의 평균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전체 피해자 중 7~12세는 36%, 10명 중 4명 정도가 13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다. 성범죄 발생 장소 중 17.8%가 가해자의 집에서 발생했고, 그밖에 피해자의 집, 길가, 공원, 야산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아파트 단지 내(2.8%) 및 학교와 학교 주변의 장소(5.2%) 등 옥외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지난 10년 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 범죄자에 관한 신상정보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www.sexoffender.go.kr)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남=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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