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 뻔하지만 꼭 걸려들고 마는 낚시

<강심장> 화 SBS 밤 11시 5분
첫 회부터 <강심장>의 목표는 뚜렷했다. 20여 명의 게스트가 ‘강한 이야기’를 걸고 토크 배틀을 벌이는 이 쇼는 양적인 규모와 질적인 독함으로 승부를 거는 토크쇼계의 블록버스터다. MBC <황금어장> ‘무릎 팍 도사’나 KBS <승승장구>처럼 게스트 한 명에 집중해 속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진 못하지만, 대신 게스트들이 쉬지 않고 자신과 남에 대해 폭로하고 카메라에 잡히기 위해 리액션을 하는 과정을 통해, 거대한 무엇을 보았다는 독특한 포만감을 주는 게 이 쇼의 성격이다. ‘역사상 최강의 토크 서바이벌’을 표방한 어제의 왕중왕전은 그래서 특별하진 않았다. 1 대 1 토크 배틀 시스템이나 전화 연결이나 깜짝 손님 등장 모두를 허용한 룰은 유니크하기보다는 기존의 블록버스터적인 기조를 극한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하지만 때론, 특별한 무브먼트가 없이도 시속 160㎞의 공은 그 자체로 마구가 될 수 있다.

김현중이 자신을 배용준으로 오인한 팬을 피했던 사연을 배용준의 뒤통수를 쳤다고 소개하는 건, 분명 낚시다. 하지만 친분이 있는 특급 한류스타의 이름을 걸고 배틀에서 승리하겠다는 태도는 배용준과의 전화 연결을 만들어냈고, 덕분에 MBC <세바퀴>와 <강심장>을 헷갈리는 배용준의 의외의 허술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보원까지 동원하는 홍석천의 적극성이 아니었다면, MC 이승기의 고교 시절을 듣기 위해 우리는 기약 없는 ‘무릎 팍 도사’ 이승기 편을 기다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중 상당수는 한 방 터뜨리고 그만인 일회성의 이야기들이다. 다만 그것이 계속 이어지며 한 시간 동안 엄청난 화력의 불꽃놀이를 만들어냈다면, 어쨌든 그 한 시간 동안 오락 프로그램으로서의 목표를 다했노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신동의 눈물로 다음 주를 예고한 마지막은 이 쇼만의 매력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빤하다. 하지만, 낚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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