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반값 등록금 문제, 정답은 있다

[충무로에서]반값 등록금 문제, 정답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반값 등록금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의 절대 액수는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최근 5년간 약 30% 가까이 인상되어 물가 상승률의 두 배에 달한다. 사립대에 다니는 학생을 둔 가정이라면 연간 750만원을, 국공립 대학교라면 약 440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의학 전문대학교나 법학 전문대학원의 등록금은 1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대학 진학률이 80%에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에 대학 등록금 문제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더 답답한 것은 고졸 학력으로는 변변한 직장을 잡기가 불가능하며 이렇게 비싸게 희생을 치르며 대학을 나왔다 하더라도 사정은 결코 나아지지 않다는 현실이다. 비싼 등록금에 감당하기 어려운 학비에 청년실업까지 엎친 데 덮친 꼴이다.

그나마 서울 시민들은 지방 사람들보다 훨씬 덜하다. 지방에서 서울로 보내려면 거주에 대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기 때문에 1년에 서울 사람보다 약 1000만원을 더 써야 한다. 서울집중현상이 더 가속화되는 데는 이런 대학교육도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제도화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 2조원에서 5조원 정도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제도를 실시하게 됨에 따라 다른 곳에 쓰여야 할 예산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추가적인 증세 없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OECD 국가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우리나라 등록금이 비싼 것은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이 보편화되어 있는 가운데 국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작으며, 비효율적으로 교육자원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예산에서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 부분에 대한 혁명적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국공립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학교 수도 너무 많고 너무 비대하다. 또 없는 학과가 없다. 수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과 같은 기초과학에서부터 법학, 의학과 같은 응용과학, 여기에 체육, 음악, 미술까지 백화점식으로 포진되어 있다. 국립대학은 주로 기초과학 분야와 고도의 응용과학 분야 등 교육시장의 실패하는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슬림화되지만 더 알차게 투자됨으로써 예산을 절약하면서도 효율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특수목적대학 중에서도 소임을 다한 대학은 과감히 없애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건강하고 효율적이고 책임감 강한 사립대학을 육성하여야 한다. 사립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하면서도 비리가 있으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적립금을 충분히 쌓아 놓고도 투자를 하지 않거나 재단 전입금을 쥐꼬리만큼 내는 재단은 퇴출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 평가에 있어 재단의 도덕성과 책임성을 중시함으로써 진짜 육영에 뜻을 둔 재단만이 살아남게 하여야 한다.

등록금 문제는 국가 100년 대계와 관련 있는 교육문제이다. 반값 아파트를 제공하겠다는 공약과는 다르게 접근하여야 한다. 시장경제 원리로만 이 문제를 풀어서는 안 된다. 매우 신중하고 심도 있게 제도가 만들어져야 하며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또한 예산,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일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당연히 일시적인 표 얻기나 분위기 반전을 위한 카드로 쓰여서는 안 된다. 시간을 두고 대학, 대학원을 포함한 고등교육기관의 역할 배분, 국가 지원의 확대, 사립대와 국공립대의 구조조정 등 전체 틀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임상일 대전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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