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경영 체제 변화 오나..김중겸 사장 사퇴로 변화 불가피

[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이 31일 사퇴하면서 향후 이 회사의 경영 체제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4월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김창희 부회장과 김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는 '투톱 체제'로 운영돼 왔다. 김 사장의 전격 사퇴로 후속 인사 조치가 불가피해졌다. 현대차그룹은 빠른 시일 안에 김 사장의 후속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 전문가인 김 부회장이 건설 경험이 적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투톱 체제'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재무ㆍ구매ㆍ인사 등 경영지원 부문은 김 부회장이 계속 맡고, 국내외 영업 등 전문성이 필요한 사업부문은 신임 사장이 담당하는 모양새를 갖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부사장급의 내부 승진이나 현대건설 계열사 사장 등의 발탁 가능성이 제기된다. 후보군으로는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장 출신인 정수현 현대엠코 사장과 김선규 전 부사장, 손효원 현 건축사업본부장(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최근 현대건설 고문으로 임명된 이광균 전 코레일유통 사장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현대건설 전직 임원이 사장으로 선임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김 부회장은 최근 "현대건설 출신 퇴직 임원 중 유능한 인력들을 다시 모시기 위해 인력 풀을 짜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어떤 인물이 기용되든 각자 대표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인사의 발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에서 이미 보낼 사람이 정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몽구 회장 '의중'을 확실하게 반영할 수 있는 인물이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정몽구(MK) 친정체계가 확실하게 구축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6일 단행한 현대건설 조직 개편과 임원 보직인사에서 이른바 '빅3' 요직으로 꼽히는 경영지원본부장, 재경본부장, 구매본부장을 모두 MK의 측근 인사로 채웠다. 재계 관계자는 "친정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차원에서 MK 측근 인사가 현대건설 사장으로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엠코에서 김창희 부회장과 보조를 맞춰오다 최근 사퇴한 조위건 전 현대엠코 사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 조 전 사장은 현대차 재경본부 경영관리실장 출신의 MK 측근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반면 당분간 김 부회장 '원톱 체제'로 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 합병에 따른 혼란이 수습됐다는 현대차그룹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 3월 현대건설 인수단장으로 선임된 김 부회장은 MK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사장의 사퇴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의 사임은 지난 3월 31일 주주총회를 통해 당시 김창희 현대엠코 부회장과 공동대표로 선임된 지 2개월만이다.

김 사장은 30일 임원회의에서 "그룹 경영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퇴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문책성이라기 보다는 김 사장 본인이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통한 그룹 통합 작업의 일환으로 김 사장의 사임을 종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조철현 기자 ch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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