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고물가로 고심 중인 정부와 한국은행을 향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 중앙은행의 정책 의지를 전하고 무너진 신뢰를 되찾자면, 무엇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가를 잡으려면 원화 강세를 용인하고, 환시에 개입하지 말라는 충고도 덧붙였다.
KDI는 22일 '2011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 경제가 올해 4.2% 성장을 이루고, 물가는 4.1%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과 성장률 전망치는 같지만, 물가 전망치는 0.9%p나 높여 잡았다. 국제유가 등 공급 쪽 물가 부담이 커졌고,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고 했다. KDI는 이 점을 들어 속도감 있는 기준금리 인상과 원화강세 용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제전망과 더불어 내놓은 '최근 물가상승세의 구성항목별 특징과 향후 물가 여건' 보고서에서다.
KDI는 올해 물가 인상폭이 3.8~4.5%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봤다. 중립적인 시선으로는 올해 4.1%, 내년 3.3%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든 거시경제 요인이 물가를 올리는 쪽으로 작용하면, 올해 물가가 4.5%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했다.
경제전망을 총괄한 KDI 신석하 연구위원은 "KDI가 보는 올해 물가 상승률은 4.1%이지만, 하반기부터 연료비 연동제가 실시돼 전기와 가스 요금이 오르면 물가는 이보다 더 오를 수도 있다"고 했다. KDI는 올해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 요인으로 개인서비스와 공업제품을 꼽았다.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상당해 원화강세로 충분히 완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개인서비스 가격도 내년까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개인서비스 가격은 수요가 늘면 쉽게 오르는데다 인건비 상승을 부른다"며 "이런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는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앞으로 수요견인형 물가상승세가 확산될 수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대응이 미흡해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면 '임금-물가의 악순환'으로 물가상승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DI는 따라서 "물가안정이라는 통화 정책의 주된 목표와 정책 의지에 대한 신뢰를 얻자면 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며 "현 시점에 가장 중요한 수단은 기준금리 조정"이라고 했다.
KDI는 또 "경상수지 흑자와 성장세 지속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은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정책 기조가 정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율 하락을 막아 수출 기업을 돕는 환시 개입을 피하라는 충고다.
KDI는 아울러 "지출 구조 조정 등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수요 압력을 낮춰 물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나랏돈도 깐깐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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