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아버지와 자유 러시아를 위해"

파벨 호도르코프스키는 수감 중인 아버지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의 석방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사진=블룸버그뉴스).

파벨 호도르코프스키는 수감 중인 아버지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의 석방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사진=블룸버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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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2003년 사치와 탈세 혐의로 8년 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 지난해 12월 추가 유죄 판결로 형량이 6년 늘어 오는 2017년에야 석방될 처지인 왕년의 러시아 최고 갑부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48)의 아들 파벨 호도르코프스키(25)가 요즘 미디어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

파벨은 지난해 12월 아버지에게 추가 유죄 판결이 선고되자 뭔가 행동에 나서야 된다고 생각했다. 서방 언론으로부터나마 계속 관심을 끌어야 아버지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이다.파벨은 최근 워싱턴 정가에 대한 로비활동을 강화하고 지난 2월 14일 베를린에 이어 지난 2일 워싱턴에서 다큐멘터리 ‘호도르코프스키’를 상영했다.

다큐멘터리는 거대 석유기업 유코스의 회장이었던 호도르코프스키에 관한 이야기로 내년 러시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다큐멘터리 상영을 주도한 현대러시아연구소의 창립자인 파벨은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와 가진 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아버지를 감옥에 계속 가둬야 자신이 막강 권력의 소유자임을 과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1991년 옛 소련 붕괴 이후 국영 재산을 헐값에 사들여 축재한 미하일은 푸틴의 첫 대통령 임기 중 크렘린과 충돌해 2003년 체포됐다. 이와 관련해 미하일은 야당에 정치자금을 댄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해왔다.

러시아 거대 석유기업 유코스의 전 회장으로 한때 러시아 최고 갑부였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여전히 철창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사진=블룸버그뉴스).

러시아 거대 석유기업 유코스의 전 회장으로 한때 러시아 최고 갑부였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여전히 철창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사진=블룸버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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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은 아버지의 추가 유죄 판결과 관련해 오는 17일 열리는 항소심을 앞두고 “아버지가 패할 가능성이 99%지만 아버지의 안전과 러시아 사법체계 개선을 위해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2003년 체포됐을 당시 파벨은 18세로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소재 뱁슨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파벨은 아버지가 체포된 후 러시아 땅을 한 번도 밟은 적이 없다. 러시아 당국이 자신을 볼모로 아버지의 법정 투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파벨은 미국에 계속 머물며 2007년 뱁슨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뉴욕으로 건너가 ‘뉴 미디어 인터넷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뉴 미디어 인터넷은 대표적인 러시아 전문 뉴스 웹사이트인 ‘뉴스RU닷컴’의 모기업이다. 파벨은 여기서 현재 인터넷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학 동기 코넬 맥길과 에너지 소비 분석 전문 업체 에너티브를 공동 창업하기도 했다.

파벨은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아버지의 석방을 촉구하는 서한 보내기 대중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아버지 사건을 푸틴 총리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파벨이 미국인에게도 아버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것은 “항소심이 기각될 경우 러시아에 대한 투자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는 뜻”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파벨은 아버지와 ‘자유 러시아’를 위해 계속 투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는 7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리는 ‘러시아 정치범들을 위한 자선음악회’ 개최에도 한몫하고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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