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수기' 늘려 편법 인상한 항공료

국내 항공사들의 '성수기'는 '고무줄'인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평소보다 항공료를 더 받는 성수기 요금 적용일을 올해 똑같이 76일로 크게 늘렸다. 지난해는 각각 57일과 49일이었다. 대한항공은 19일(33.5%), 아시아나항공은 27일(55.1%)이나 늘린 것이다. 설ㆍ추석 연휴, 여름 휴가철, 연말연시 외에 징검다리 휴일까지 모두 성수기에 포함시켰다. 1년에 20%가 넘는 기간으로 닷새에 하루꼴이다. 달력에 빨간 날만 있으면 무조건 성수기 요금이냐는 소비자의 불만이 괜한 말은 아닌 것이다.

성수기 요금은 평소에 비해 10%가량 비싸다. 항공사들이 성수기를 늘린 것은 사실상 요금을 올린 것이다. 문제는 항공사들이 성수기를 정할 때 특별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항공사들이 국내선과 국제선 요금을 조정하려면 국토해양부에 신고 또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성수기는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항공사들이 이 같은 규정의 허점을 악용해 요금을 편법으로 올려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답지 않은 얄팍한 상혼이다.

항공사의 편법 요금인상에 대한 변명도 군색하다. 국내선의 경우 평소 좌석이 빈 채 운행하는 항공기가 늘고 적자도 증가하고 있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성수기를 늘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11조4592억원, 영업이익 1조1192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전년의 1334억원보다 7배 이상 늘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매출 5조726억원에 영업이익을 6357억원이나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요금을 올릴 명분이 없으니 꼼수를 동원한 셈이다.

성수기는 항공사 자율결정 사항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손 놓고 있는 정부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언제까지 소비자의 피해를 지켜만 볼 것인가. 항공사들이 멋대로 성수기를 늘려 편법으로 요금을 올리는 행태를 되풀이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고치는 게 급하다. 합리적인 성수기 기준을 만들어 항공사들의 '고무줄 성수기'를 제도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두 항공사가 올해 정한 성수기가 76일로 같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두 항공사가 담합한 것은 아닌지 잘 따져볼 일이다. 내년 성수기도 대한항공은 69일, 아시아나항공은 73일로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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