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사령탑' 퇴임 앞둔 박지원..'DJ 복심'서 '홀로서기' 성공

[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벽돌 한 장이라도 놓고 수위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일하겠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자신의 진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5월7일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됐던 박 원내대표는 임기 1년을 마치고 13일 선출될 후임 원내대표에게 원내 지휘봉을 넘긴다.그는 지난 1년을 "치열하게 보냈다"고 말했다. 당의 정체성과 원칙을 지켰고 국민 속에 민주당의 존재감을 확인시켰다고 자평했다. 기자들과 만나기 직전에 공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역전한 것으로 발표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전 이후 처음이다.

당내에서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부결, 북한 인권법 저지, 집시법 개정 저지 등 굵직한 현안들을 무난하게 처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원내대표로 취임하면서 강조해온 "야당의 투쟁장소는 국회"라는 원칙도 지켰다. 김무성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함께 단절됐던 여야의 '대화 정치'를 복원했다. 또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탁월한 정보수집과 전략으로 후보를 낙마시키는 등 고비마다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에서 18대 총선을 통해 재선의원이 된 그가 정치권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원내대표 선거 때였다. 그는 탁월한 친화력으로 출마선언 일주일 만에 20표를 얻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스폰서' 의혹을 제기해 낙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정책위의장을 맡으며 당내 입지를 넓혀왔다.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유효투표 80표 가운데 49표를 얻으면서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에서 '정치인 박지원'으로 홀로 서는데 성공했다.다만, 임기 막바지에 불거진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는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적잖은 상처를 입혔다. 그는 "한ㆍEU FTA를 처리해 다음 원내대표에게 짊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소신으로 반대파 설득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박 원내대표에게 12월 전당대회는 또 다른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그는 당대표 도전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당 안팎에서는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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