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던 진로교육..혁명이 시작된다

김승보 직업능력개발원 진로정보센터 소장의 진단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올해 1500명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모든 중ㆍ고교에 진로진학상담교사 5383명을 배치한다고 지난달 20일 발표했다. 올해부터 교육과정과 진로교육을 연계한 창의적 체험활동이 정규교과로 편성되고,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와 맞물리면서 진로교육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승보 직업능력개발원 진로정보센터 소장

김승보 직업능력개발원 진로정보센터 소장


창의적 체험활동(진로활동)을 기획하고, 입학사정관제 준비를 지원하는 진로진학상담교사의 배치는 2011년을 진로교육 활성화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정부 청사진의 핵심 정책으로 꼽힌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함께 진로진학상담교사를 양성하는 핵심 역할을 맡은 직업능력개발원 진로정보센터의 김승보 소장을 만나 진로교육의 키워드를 물었다. 그가 밝힌 세 가지 키워드는 '고급콘텐츠, 전문교사, 그리고 입시제도의 변화'였다.

-진로 결정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미래의 직업'이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에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진로를 선택하는 데 참고할만한 미래의 산업 수요, 인력 수요, 임금 구조와 같은 구체적이고 생생한 정보가 없는 실정이다.

▲학교가 정보접근권에서 완전히 소외되어 있다는 게 문제다. 학교 밖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지만 변화의 흐름이 학교 안으로 침투하지 못한다. 한국을 넘어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면 이런 정보 부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부딪히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데, 학교는 이런 정보들에 접근조차 하지 못한다. 학교가 기업과 정부, 사회 전체로부터 일자리와 직업에 관한 생생한 정보를 빨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학교는 기업으로부터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다양한 분석 자료를 제공받고, 기업은 직장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체험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아일랜드에서는 중3~고1시기의 학생들이 1년 간 사회에서 직업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경험을 자유롭게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를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라고 부른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체험을 하는 데 제한을 받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인프라를 빨리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과 사회 전체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진로진학상담교사의 역할은 무엇이며, 이들을 위한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정보가 학교로 모이더라도 학교 내에 정보가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만 의미가 있다. 진로진학상담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역할을 맡은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일종의 '라이프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다. 교과부는 올해 공ㆍ사립 고등학교에 1500명의 진로진학상담교사를 배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전국 5383개 모든 중ㆍ고등학교에 1명씩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주로 현직 교사들을 진로교사로 전환해 뽑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다 은퇴한 전문가, 직업상담 전문가들에게도 진로진학 상담교사 자리를 개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로교육이야말로 다양한 사회상을 반영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사회경험이 풍부한 외부인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로진학 상담교사를 위한 교육도 현재 교육시스템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민간 전문기관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노동연수원 등 전문성을 가진 기관과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같은 기관도 연수기관으로 지정해 진로진학 상담교사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체인구가 500만 명 규모인 핀란드에서는 70년대부터 해마다 기존 교사 중에서 50~100명씩 진로교사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핀란드에서는 현재 2500명의 진로교사가 활동 중인데, 핀란드와 우리나라 인구수를 단순 비교 해봐도 우리나라에는 앞으로 최소한 2만5000명의 진로교사가 필요하다.
알맹이 없던 진로교육..혁명이 시작된다

-부모들의 관심은 진로교육이 대학진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쏠린다.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으로 성적이 유일한 잣대였던 대입제도에 변화가 시작됐다.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한 학생들도 대학입시에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입시제도의 변화가 진로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진로교육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입시교육'때문이다.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초ㆍ중학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의 목표가 대학 진학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진로교육은 설 자리가 없었다. 성적이라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제도 하에서는 진로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입학사정관제도가 도입되었다고 본다. 자신의 꿈을 추구하는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입학사정관제와 맞물려 정규교육과정에 도입된 것이 바로 '창의적 체험활동'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의 4가지 영역 중 하나가 진로탐색 활동이다. 학교생활 전체를 아우르는 연결고리로 창의적 체험활동을 활용한다면 진로교육과 대학입시가 결코 배치되는 문제는 아니다. 진로진학 상담교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창의적 체험활동(진로활동)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일이다.

대담=황석연 사회문화부장
정리=이상미 기자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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