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중기적합업종 가이드라인 확정

업종별로 따지겠다...규모의 상하한선 없애고 심사 통해 점수 매겨 사후평가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사업영역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안이 확정됐다. 29일 동반성장위원회는 6차 본회의를 열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최종 확정했다. 애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던 시장규모의 상하한선은 따로 제한을 두지 않고 추후 심사과정에서 점수를 매기는 식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위원회는 다음달부터 중소기업계 업종별로 적합업종 신청을 받아 늦어도 7월부터 중소기업에 적합한 개별 업종이나 품목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中企적합업종 가이드라인 확정..의견차 여전=이날 위원회가 최종 결정한 가이드라인은 지난주 발표한 가이드라인 초안에 비해 한층 '완화'됐다. 애초 안에서는 시장규모가 1000억원 미만 또는 1조5000억원이 넘는 업종이나 품목은 적합업종 선정을 위한 심사 전에 배제키로 했으나 이번 안에서는 우선 신청은 받되 추후 세부 심사과정에서 가중치를 둬 가감점을 매기기로 했다. 구체적인 가중치 정도는 추후 실무위원회에서 다시 검토키로 했다. 해당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업종이라도 중소기업이 적합업종 선정을 신청할 수도 있고 반대로 이 시장규모의 업종을 영위하는 대기업이라도 구제의 길이 열린 셈이다.이처럼 가이드라인을 탄력적으로 운영키로 한 것은 애초 안에 대해 대중소기업간 입장차가 컸기 때문이다. 적합업종 실무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곽수근 서울대 교수는 "처음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후 대중소기업간 의견차가 컸다"며 "우선 품목대상을 넓히고 추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은 정성평가를 하는 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을 처음 제시하자 양측은 곧바로 불만섞인 반응을 보였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한 주장을 폈다. 논쟁은 기존의 다른 대책을 논의할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초과이익공유제나 주요 대기업의 동반성장지수를 매기는 일을 두고 대기업측이 "시장원리에 거스른다,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고 주장하고 중소기업계는 "여전히 부족하다, 구체적인 지침을 달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이번 일 역시 양측의 의견차가 큰 만큼 우선 포괄적인 지침만 제시한 후 구체적인 업종이나 품목을 정하는 일은 심사과정으로 미룬 셈이다. 위원회는 다음달부터 중소기업계로부터 신청을 받아 개별 품목이나 업종을 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세부 지침이 없어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 정영태 사무총장은 "시간, 비용이 충분하다"고 했지만 심사과정이 오래 걸리는 정성평가 비중이 높아진 만큼 더 늦춰질 가능성도 높다. 위원회는 애초 적합업종을 일괄적으로 발표키로 했었으나 이날 "7월부터 순차적으로 발표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반성장지수ㆍ이익공유제도 진전 없어=적합업종을 선정하는 일과 함께 이번 대책의 한축을 이루는 동반성장지수를 매기는 일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입장차가 크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월 대기업 56곳을 선정, 구체적인 항목별로 평점을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이르면 내년 초 발표되는 인덱스 평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연간 한차례 정하는 대기업별 동반성장 이행실적에 대한 정량 평가와 동반성장위원회가 직접 주도하는 1ㆍ2차 중소협력업체의 대기업별 체감도 평가 2회치를 더해 산출한다.대기업들은 전체 대기업의 순위가 일괄적으로 발표되는 걸 가장 우려한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동반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소기업계는 순위발표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이 높다. 중앙회측은 "추후 지수를 산정해 발표하기 위해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처음 제시하며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는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사안의 경우 정 위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의사를 밝혔지만 여전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강하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각 주체간 활발히 토의를 거쳐야 하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으로 드러난 성과는 전혀 없다. 기껏해야 지난달 전체회의를 마치고 명칭을 바꾸자는 안이 논의됐을 정도다.

동반성장 문화확산을 위한 위원회 활동이 이처럼 소모적인 논쟁양상으로 흐르면서 정작 중요한 대책마련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실제 제도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초창기의 추진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기업 동반성장추진위원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서병문 BM금속 대표는 "구체적인 제도가 마련되지 못하고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진정성을 갖고 논의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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